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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32) 에어컨 기사의 사진

1960년대 말부터 국산 에어컨이 생산되었다고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사용할 형편이 못 되었다. 설치한다고 해도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아주 더운 날 손님이 찾아왔을 때나 잠깐 사용하는 정도였다.

요즘은 에어컨 사용 시간이 무척 길어졌다. 이상고온 탓도 있겠지만 여름에 시원하게 지내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하게 된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곳곳에 냉방설비가 갖춰져 에어컨 시장이 커졌고 새로운 디자인도 속속 등장했다. 처음엔 창문에 고정하다가 바닥에 세우고 벽에 거는 형식으로 발전했다. 표면을 금속질감으로 했다가 꽃무늬까지 넣었다. 천장에 매립하는 에어컨이 등장하자 에어컨의 시각적인 특성은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그저 시원하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환경이 변했지만 마음껏 냉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단 전기요금 때문만이 아니다. 공공장소면 어디나 냉방 온도를 제시하고 전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전 국민이 대규모 정전을 걱정하고 예비전력이 얼마 남았는지 예의주시하게 되었다. 공공기관은 아예 에어컨 전원을 차단하기도 했다. 요긴한 사물이 얼마간 무용지물이 되는 경험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오랜만에 선풍기와 부채를 다시 보게 했으니 말이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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