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청문회 ‘저품격’ 언어 판쳐…  “선천적 구제불능자” “돼지 눈에 돼지” “광주 경찰이냐” 기사의 사진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정치권의 언어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의원들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어린아이들 말싸움 하듯 저급한 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과도한 비유로 흠집 내기에 골몰하느라 정작 내용 전달은 뒤로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원들의 거친 표현은 국가정보원 직원과 경찰 등이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19일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과정에서 극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새누리당 이장우,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수시로 반발을 일삼으며 싸움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 의원은 의사진행발언 도중 “막말 대마왕은 이장우 의원이야”라고 비난했고, 이에 이 의원은 “왜 반말이야”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정 의원이 다시 “당신이 반말하는구먼”이라고 맞받았다. 설전이 계속 이어지던 중 정 의원은 이 의원이 청문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을 ‘떼거지’라고 표현하자 “이 의원은 선구자네요. 선천적으로 구제불능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정 의원은 입만 열면 허위사실 유포야”라고 끼어들었다. 김 의원은 또 자신의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난 싸나이니까”라고 대꾸했다. 청문회는 이후에도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거나 “새빨간 거짓말쟁이” 등의 원색적 표현의 막말이 난무했다.

아울러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과장에게 “권 전 과장은 광주의 경찰인가 대한민국의 경찰인가”라고 시대착오적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해 방청객에서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 의원 외 새누리당 이·김 두 의원도 증인들에게 ‘고향이 어디냐’ ‘어느 지역 출신이냐’고 지역 문제를 계속 끄집어냈다.

여야 지도부의 ‘입’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기준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길거리 선동은 민생을 내팽개친 몰염치”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전략기획본부장인 민병두 의원이 전범(戰犯)들의 등급에 빗대 “원세훈·김용판이 헌정파괴 A급 사범이라면 김무성·권영세는 특A급 사범”이라고 비유했다.

민주당은 또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민주당 원외투쟁은 자폭행위”, “호객정치”라고 공격한 것에 발끈해 윤 수석부대표를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의) 택배정치를 한다” 등의 표현으로 십자포화를 날렸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막말이 결국 정치 혐오감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손병호 김동우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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