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하에 ‘작업실’ 차려놓고 1534차례 주가조작… 증권범죄 요지경 기사의 사진

전 코스닥 상장사 아인스엠앤엠의 사주 이모(43·구속)씨는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긴 주식을 반대매매하지 못하도록 막고 회사를 고가에 팔아넘기기 위해 2011년 1∼4월 1534차례나 주가를 조작했다. 이를 위해 전문 주가조작꾼을 고용해 공작금 34억원을 대고, 회사 건물 지하에 시세조종 ‘작업실’까지 마련했다. 회사 임원 2명은 앞서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또다시 범행에 가담했다. 아인스엠앤엠은 결국 지난해 5월 상장폐지됐다.

지아이바이오 최대주주 강모(42·구속)씨와 경영진은 ‘테마주’로 포장할 만한 업체를 인수한 뒤 ‘LED 조명 공급 계약’ 등 허위 보도자료를 12차례 뿌렸다. 2011년 1월 말 974원이던 주가는 3개월 만에 2155원까지 올랐고, 강씨 등은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자회사의 췌장암 치료 신약개발 임상시험 결과를 부풀리기 위해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에게 임상시험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강씨는 회사가 상장폐지 위험에 처했는데도 친인척 명의로 68평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하고 아우디 A7을 리스하는 등 호화생활을 즐겼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글로스텍의 전·현직 경영진은 자기자본 없이 사채만으로 회사를 인수해 분식회계, 횡령 등을 저지르다 결국 상장폐지를 초래했다. 대표이사는 자신의 단골 유흥주점 상무를 신규사업영업팀 이사에, 내연녀는 신규사업개발팀 본부장에 앉힌 뒤 허위 월급을 지급해 회삿돈 8억3000여만원을 횡령했다.

지난 5월 출범한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100일간 활동으로 적발한 주요 범죄 사례다. 합수단은 20일 1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단은 그간 주가조작 사건 14건을 수사해 81명을 입건하고, 이 중 31명을 구속, 2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도주한 21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지난 3년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증권범죄 사범 가운데 구속자 비율은 평균 4.9%에 그쳤지만, 합수단이 구속 기소한 비율은 51.7%에 이른다.

합수단은 증권범죄 사범들의 책임·은닉재산을 추적해 45억1200만원을 국고에 환수했으며, 143억8000만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 추징 절차를 밟고 있다.

합수단은 검찰과 국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등에서 파견된 요원으로 구성됐다. ‘패스트 트랙’을 통해 거래소에서 검찰로 사건이 이첩될 때까지의 기간을 종전의 1년 이상에서 2.5∼4개월로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검찰의 사건 처리기간도 기존보다 5배 빨라진 평균 26일로 줄었다.

이달 초에도 오피스텔에 전문 사무실을 차려놓고 주가조작을 하던 30대 전업투자자 형제를 패스트 트랙으로 긴급히 사건을 넘겨받아 현장에서 검거했다. 이들 형제는 지난해 12월 총 2만8700여 차례 초단타 시세조종 주문을 반복해 13일간 2억4000만원을 벌었다. 문찬석 합수단장은 “주가조작 세력들이 조직화, 대규모화되는 데다 하청에 재하청까지 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려면 유관기관 협업을 통해 동시다발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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