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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33) 먹는물 페트병

[디자인의 발견] (33) 먹는물 페트병 기사의 사진

2009년 5월 18일에 서울시가 새로운 아리수 페트병을 공개했다. 어지간한 생수병보다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의 저자 애니 레너드는 ‘병에 든 생수 이야기’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녀에 따르면 사람들이 생수를 찾게 된 것은 음료회사들이 탄산음료 판매율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세운 전략 때문이다. 수돗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논리와 함께 멋진 페트병 디자인을 앞세워 생수시장을 급성장시켰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깨끗한 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패키지를 줄곧 내놓았으나 페트병이 사용될수록 수질이 나빠지고 물도 부족해졌다. ‘플라스틱 사회’의 저자 수전 프라인켈은 재활용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흔히 페트병을 손꼽지만 사실은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생수 가격은 수돗물보다 2000배나 비싸게 책정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500㎖ 아리수의 수돗물 값은 0.16원 정도인데 페트병의 원가가 100원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수돗물과 생수 논란 속에서 페트병 디자인은 특정 논리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 것 같다. 말하자면 신뢰를 얻기 위한 디자인 경쟁 때문에 정작 물에 대한 진실이 가려진 것이다.

김상규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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