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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조국이 응답할 때다

[김진홍 칼럼] 조국이 응답할 때다 기사의 사진

“60년이나 방치한 국군포로 문제… 박근혜정부가 해결 위해 적극 나서야”

이산가족들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그리고 납북자. 일제의 침략과 남북 분단, 6·25 전쟁 등 험난했던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희생자들이 요즘 신문 지면에 종종 등장하고 있다.

7만2800여명의 이산가족들은 내달 25일부터 닷새 동안 열릴 상봉 행사를 앞두고 설렘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듯하다. 타의에 의해 수십년간 헤어져 살아야 했던 피붙이를 생전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부푼 심정이야 오죽하랴.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 소식은 안타깝다. 지난 11일과 24일 이용녀 할머니와 최선순 할머니가 잇따라 영면했다. 고인이 된 두 할머니는 16세 때 위안부로 끌려가 성노예로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41년 전인 1972년 12월 서해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중 납북된 오대양호 선원 전욱표씨가 이달 초 탈북에 성공해 제3국을 거쳐 조만간 입국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전씨가 무사히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정부가 인정한 6·25 전쟁 후 납북자 517명 중 아홉 번째 생환 사례라고 한다. 이산가족과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납북자 모두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이들이다.

결코 잊어선 안 될 이들이 또 있다. 1만9000여명의 국군포로들이 그들이다. 6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는 500여명이라고 한다. 탈북 국군포로 허재석씨가 2008년 펴낸 ‘내 이름은 똥간나새끼였다’에서 보듯 그들 대부분은 지금도 조국이 구해줄 것을 학수고대하면서 탄광 등지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낸 영웅들이다. 대한민국이 누리고 있는 오늘의 번영은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너무 오랜 세월 그들을 방치했다. 아예 망각한 국민들도 없지 않다. 정부와 국민들이 도리를 다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남북 정상이 두 차례 만났어도 국군포로 문제는 빠졌다.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대북 햇볕정책에 무게를 둔 탓에 “억류 중인 국군포로는 단 한 명도 없다”는 북측 거짓말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미전향 장기수 60여명을 북한에 보냈지만 국군포로는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다. 그러니 당국간 회담이 숱하게 열려도 국군포로 문제가 진전될 수 없었다. 이런 잘못된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퍼져 국민들 마음도 멀어져간 것 아닌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잡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당선인 신분으로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외교위원장을 접견하면서 “국군포로의 조기 송환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이산가족 상봉 회담 때 남측은 국군포로에 대한 생사확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 전원을 데려오는 것은 물론 억류 중에 숨진 국군포로 유해를 가져오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은 1985년부터 북한과 협상을 벌여 북한 땅에 묻혀 있던 미군 유해 수백 구를 송환했는데, 버젓이 살아 있는 국군포로를 구해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국내에 있는 탈북 국군포로들 예우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 1994년 조창호 중위가 탈북 국군포로 1호를 기록한 이후 80여명의 국군포로가 사선을 넘어왔다. 정부가 송환한 경우는 없다. 국내 민간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입국했다. 하지만 탈북 국군포로는 누구누구이며,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등 거의 모든 것들이 베일에 싸여 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위해를 입을 수 있어 쉬쉬하는 것이라지만 숨기는 게 최선일 수는 없다.

그들이 죽을 각오를 하고 조국을 찾아온 데에는 ‘북한에 살아 있는 국군포로들이 있으니 기억이라도 해 달라’는 절규가 내포돼 있다. “조국 땅에 묻히게 돼 여한이 없다”는 조창호 중위의 말도 되새겨야 한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지만, 조국이 응답할 차례다. 조국은 여전히 영웅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그리고 반드시 구해주겠노라고.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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