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전임 정부 시절 분리했던 한국산업은행(산은)과 한국정책금융공사(정금공)를 4년 만에 재통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책금융 시스템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정책 신뢰도와 일관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책 실패에 대한 금융 당국의 책임론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009년 분리된 산은과 정금공을 다시 합치고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산은금융지주를 해체하는 내용의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통합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회사채 인수, 투자형 정책금융 등 대내 정책금융 업무를 수행하고 정금공의 투자 업무는 산은 내 정책금융본부가 맡는다. 정금공의 해외 자산 2조원은 수출입은행, 직접 대출 자산은 산은에 이관된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산은 민영화를 중단키로 한데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 여건 악화로 2008년 민영화 결정 때보다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 안전판, 기업 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기능 강화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능 재편을 하지 않으면 정책금융기관 간 불필요한 중복으로 국가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주장은 분리 당시의 상황과 논리를 고려하면 궤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로 시장 여건이 악화됐음에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9년 4월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주역들이 바로 현 경제관료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합을 위한 논리로 내세운 정책금융 강화는 4년 전 양 기관 분리를 위해 내놓은 논리와 판박이처럼 유사하다. 당시는 산은 민영화를 통해 시장과의 금융 마찰을 해소하고 정금공을 별도로 설립해 정책금융기관으로 육성, 중복 부분을 없애겠다고 했다.

홍익대 전성인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결정은 정부가 스스로 정책의 신뢰성과 연속성을 훼손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설익은 정책이 국가경제에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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