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승한] 공감대화 기사의 사진

카르타고 출신의 성자이자 히포의 주교였던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절대자 하나님과의 대화록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하고 하나님이 들어주는 형식이지만 내면의 소리를 적은 고백록은 양서 가운데 양서로 꼽힌다.

그는 철저히 존재의 한계를 느끼며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 깊은 대화를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삶의 다양한 모습과 문제에 대한 해답을 받는 은혜를 누렸다. 인간실존의 내면을 파헤친 그의 신학사상은 중세기 안셀름 보나벤투라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영향을 줬고, 루터와 칼뱅 종교개혁의 근거가 됐다. 근대에 와서는 신정통주의 신학자들, 실존주의 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현대에는 그의 신학사상에서 정치 영성 생태계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깊은 묵상과 자아를 완전히 내려놓은 대화 가운데 나온 고백록이 놀라운 지혜의 보고가 된 것이다.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야말로 고독한 현대인들에게는 치유의 명약이다. 이런 대화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요 너와 나,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대화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열린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음 열고 긍휼한 경청 돼야

현실을 들여다보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 곳에 진정한 대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모두 소통을 이야기하면서도 소통이 안 된다고 야단이다. 이유가 뭘까. 공감하는 대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여당과 야권의 대화는 울림이 없고 막말만 무성하다. 그러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꼬이기만 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화하는 것은 협상일 뿐이지 대화는 아니다. 진실한 대화는 탐심을 내려놓고 상대의 말을 긍휼의 마음으로 경청할 때 가능해진다.

두레교회를 설립한 김진홍 목사는 그의 아침 묵상에서 한 사람과 가장 길게 대화한 시간이 5시간20분이었다고 했다. 청계천에서 빈민 선교를 할 때 세상살이에 희망을 잃은 가난한 사람의 불평불만을 그냥 들어줬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힘을 얻고 가족을 데리고 교회에 출석해 신앙생활을 잘했다는 것이다. 공감의 기적이다.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떤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진정한 대화가 실종된 지 오래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은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를 떨어뜨렸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의 위상과 힘은 추락하고 기쁨과 감사함으로 교회를 섬겨야 할 성도들의 신앙생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오고 있다. 참다못한 평신도 지도자들과 목회자들이 두 연합기관의 통합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기총·한교연 대화 나서라

양 기관은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 무릎 꿇고 공감하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교회의 힘은 스스로 주님 안에서 약해질 때 강해진다. 성경으로 돌아가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영광과 한국교회를 위해 결단해야 할 시기가 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쓴 ‘술탄과 황제’는 동로마제국의 멸망 과정을 담았다. 1453년 4월 2일부터 5월 29일까지의 황제 일기와 술탄의 비망록을 토대로 쓴 이 책은 동로마제국의 멸망을 두 지도자의 리더십 측면에서 그린 대작이다. 동로마제국 멸망은 복음의 본질을 외면한 채 내부의 정치싸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역사는 증명한다. 사탄의 전략은 분열이다. 사탄의 전략에 말려드는 일이 한국 교회에 있어선 안 된다.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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