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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34) 보행 신호등

[디자인의 발견] (34) 보행 신호등 기사의 사진

사거리에 들어서면 도시의 중심에 서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교통 정리된 곳에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드는 한편 물류 시스템의 이동하는 개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멈추라면 멈추고 가라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도시든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있고 제각각 다른 색과 아이콘으로 이 규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 이미지가 낯설고 그 나라 말을 몰라도 별 어려움이 없다.

신호등이 깜빡거리고 눈금이나 숫자가 줄어들고 신호음이 나면 곧 보행 신호가 끊어진다는 것도 금방 알아차린다. 이것은 인지하기 가장 쉬운 방식을 채택하여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든 색약자나 앞을 못보는 사람도 어떤 식으로든 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고심하고 그래픽을 세심하게 디자인한 결과다.

그럼에도 서있는 빨간색 남자 아래에 걸어가는 초록색 남자가 있음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경기가 좋으면 청신호, 문제가 있으면 적신호라는 식의 은유적인 표현 정도만 남는다. 신호등은 효율적인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약속이자 규제인 탓에 머리보다는 몸이 기억하는 것 같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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