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찬규] 일본의 속셈 기사의 사진

지금 일본 조야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논쟁으로 시끄럽다. 아베 신조 내각이 지향하는 군사대국화가 실현되려면 평화헌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그 절차가 까다로워 일본 정부는 흐름은 유지하되 당장은 현행 헌법의 재해석을 통해 소기의 목적에 접근하려 하고 있다. 논쟁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불거진 산물이다. 일본 헌법 제9조는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서 전쟁, 무력의 위협·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육해공군 또는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해서 일본은 군사력을 갖되 그 명칭을 ‘자위대’라 하고 활동도 ‘전수방위’에 한정시켰다. 하지만 자위권 행사는 예외란 것이 일본 정부의 해석이었다. 영구히 포기한 것은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서의 전쟁’ 등이고 자위권은 국가의 ‘고유한 권리’이기에 포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설명이었다.

유엔 헌장 제51조는 개별적 자위권 외에 집단적 자위권도 인정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무력공격을 받은 국가가 그 사실을 선언하고 원조를 요청하면 타국이 스스로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해 자위권을 발동함으로써 그 국가를 도울 수 있다는 법리인데 이에 대해서는 타국의 전쟁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해석이었다. 그런데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그들은 집단적 자위권 역시 국가의 ‘고유한 권리’이기에 포기할 수 없고, 이를 포기하게 되면 현 국제사회에서 인정되고 있는 기본가치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제시한다.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해외에 파견된 자위대 인근에 주둔 중인 우방국 군부대가 국제테러단체의 습격을 받아 잔인한 살육전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치 않는 현재의 자위대법 하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는 일본이 같은 처지에 처했을 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며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변이다.

그들은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되 실시는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해 그 경우에만 행사하다가(‘포지티브 리스트’ 방식), 동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를 정해 그 이외의 경우에는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전환한 다음(‘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최종적으로 전면적 실시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책이라 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일본의 헌법 재해석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갖게 되면 주한 미군이 제3국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그 사실을 선언하고 일본에 원조를 요청하면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있다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한국의 동의 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국 영역 내에 들어올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제법상 영역주권이 그 밖의 모든 권리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헌법 해석, 헌법 개정 등은 국제법상 국내 문제에 속한다. 따라서 그것은 국내 문제 불간섭의 원칙에 의해 타국이 용훼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국제적 관심사항’이 된다고 본다. 일본 정부가 설명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최종단계에 이르면 국제법상 허용되는 모든 전쟁을 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와 일본이 표방하는 평화헌법과 맞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금년 8월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아베 총리는 1993년 이래 총리 기념사에서 빠진 일이 없는 침략에 대한 반성과 부전(不戰)맹서를 빠트렸다. 같은 날 각료와 국회의원들은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것은 일본 정부가 침략의 미망(未忘)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는 증좌일 수 있으며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겠다는 속셈이 ‘침략정책의 재현’에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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