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최영기] 전업주부가 사치인 시대 기사의 사진

“시간제 일자리 차별 없애 30∼40대 여성고용률 높여야…공공부문이 선도해야 ”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용어를 고안해 냈다. 외국 용어를 차용하지 않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는 의미를 담아내는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발상이다. 문제는 명실상부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주된 수요 집단은 30∼40대 고학력 여성들이다. 이들의 고용률은 OECD 평균에 비해 20% 포인트가량 낮기 때문에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불러내야 최우선 국정과제인 70% 고용률 달성이 가능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것은 여러 모로 낭비다. 물론 전업주부라고 해서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들도 입시지옥에서 자녀교육을 책임지고 부동산 광풍 속에서 가정경제를 지켜내느라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집값은 하락하고 남편의 평생직장은 불안해지고 있다. 갈수록 남자 혼자 벌어 온 가족을 평생 책임지기 어렵게 되었다. 결혼했다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것이 사치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정부나 여성 근로자 모두 결혼과 출산이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이 문제를 푸는 두 갈래 해법의 모범사례다. 스웨덴은 완벽한 일·가정 양립 시스템을 구축하여 여성 근로자가 대부분 풀타임 정규직으로 일하는 데 비하여 네덜란드는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더 많이 갖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투자한 시간의 격차다. 스웨덴은 1960∼70년대부터 일·가정 양립을 위해 공공보육을 확대하고 근로시간의 유연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정규직 형태로 만들면서 여성 고용률을 급속히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여건에서 보다 현실적인 선택은 네덜란드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시간제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왔지만 그 일자리의 질이 계속 떨어져 왔다는 점이다. 180만개 정도의 시간제 일자리 대부분이 저임 일용직인데다 그것도 주로 단순 서비스업의 영세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시간제 일자리는 전체의 2.6%, 4만8000여개에 불과하다. 돈이 필요하고 시간이 있어도 고학력 여성들 입장에서 선뜻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지 못했던 이유는 직장에 다닌다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나온 것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다. 기존의 모든 정규직 풀타임 일자리를 시간제로 전환해서 일한다면 그것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다. 따라서 출산과 육아 때문에 전일제 근무가 어렵다면 시간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여성들만이 아니라 선취업 후진학의 길을 가려는 청년들이나 은퇴를 준비하는 장년층도 시간선택제 근무를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시간제 일자리와 달리 시간선택제는 근로자의 적극적 선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일자리인 셈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의 증가와 업무 혼선을 우려할 만하다. 새 제도가 잘 정착된다면 오히려 업무의 효율화와 인력관리의 합리화가 기대되지만 그 만큼 관리능력의 향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갭을 메워주는 초기 투자 격의 시범사업이 공공부문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방침이다. 내년부터 공무원과 공공기관에서 대대적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민간부문을 선도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방침에 따라 일시에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공공부문 특유의 경직성을 감안한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시간선택제로의 전환을 원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지, 다른 동료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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