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진영] 교회와 세금 기사의 사진

세금에 관한 한 지금 한국교회는 무장해제된 상태다. 세금 치외법권 영역에 안주하다 그 혜택이 사라져 세금 공세가 밀려오는데도 허둥대고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수십년 만에 정부가 목회자들의 사례비에 세금을 물리기로 했으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비와 의료비를 교회 헌금 같은 범주인 지정기부금에 포함시켜 사실상 헌금에 세금 부담을 지우는 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발만 구르고 있다.

의견 수렴 못하는 한국 교회

정부는 지난달 8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종교인들의 소득(사례비)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2015년부터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종교인 과세라고 하지만 주 과세 대상은 개신교 목회자들이다. 기획재정부는 그날 이후 오는 12일까지를 입법예고기간으로 설정, 종교계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여태껏 한국교회는 수렴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 소득세제과 관계자는 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까지 접수된 의견이 전혀 없다”며 “일정대로 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실감을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종교인 과세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교회는 아름답지 못한 전통인 ‘분화’를 재확인시키고 있다. ‘성직(聖職)인 목회자의 사례비는 근로소득이 아니다’라는 교회의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 ‘기타소득’으로 간주하자 이제는 ‘기타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세’를 요구한다. ‘종교인세’ ‘성직자세’와 같은 별도의 세목을 신설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부가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임에도 뒤늦게 ‘과세 절대불가’를 외친다. ‘절대불가’에서 ‘근소세 납부’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은 극단이다.

어느 정도 조율된 의견, 중지가 반영된 입장은 없다. 각 교회 및 교단 중심의 한국교회 상황을 백번 이해한다 해도 발등의 불 앞에서마저 각각의 관점만 되풀이할 뿐이다.

지난 1월부터 도입된 기부금 세금폭탄법인 ‘조세특례제한법’도 마찬가지다. 헌금과 기부금만 포함되던 지정기부금에 교육비와 의료비를 합쳐 연간 2500만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38%의 세금을 물리는 것이 이 법률의 골자다. 법률 발효 이후 헌금 및 기부금이 급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헌금 및 기부금 폭탄법’을 없애기 위해 뛰는 대열에 한국교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구호 NGO(비정부기구)들만 생사를 걸고 싸우고 있다.

기능 상실한 연합기구·교단

지금껏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자임해 온 조직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보수 교계의 상징이라는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과 진보 측을 견인하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어디 갔나. 백가쟁명인 교단과 교파, 교회의 입장을 절충하고 조정해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는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더욱 머리를 싸매야 하지 않는가. 이달 중에 열리는 주요 교단 총회의 헌의안에 세금 관련 내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안타깝다. 교단 차원에서도 시대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지난해 이맘 때쯤부터 이번까지 세 번째 비슷한 내용의 칼럼을 쓴다. 교회 및 목회자와 세금은 재미없고 불편한 콘텍스트다. 또 되풀이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둔감함과 게으름에 화가 나서다. 계절은 가을의 문턱인 입추를 지나 벌써 찬이슬이 내리는 백로를 맞았음에도 여전히 봄꽃과 여름 땡볕 타령을 하는 한국교회를 어찌할꼬.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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