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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35) 엮걸이 기사의 사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우리문화박물지’에서 짚으로 만든 달걀꾸러미를 예찬한 바 있다. 달걀 전체를 둘러싼 일본의 달걀꾸러미와 달리 한국은 반만 감싸서 깨지기 쉽다는 메시지와 달걀의 신선도나 크기에 대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짚으로 무얼 만들 능력도, 그럴 만한 여유도 없어져서 짚으로 만든 것을 보기 어렵다.

그런데 한가위가 다가오는 백화점에서는 짚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여전히 굴비, 양미리와 같은 생선을 짚으로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샛노란 비닐끈이 조금씩 그 자리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전통 두름 또는 엮걸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짚의 쓰임새를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다.

굴비를 포장하는 최고의 방식으로는 엮걸이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허공에 매달아 바닷바람에 말리려면 하나씩 매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시각적 요소로는 그저 누런 선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진공포장 따위가 그것을 대신할 수 있을까. 더구나 염장한 뒤부터 최종 소비자의 손에 닿을 때까지 엮걸이는 풀리지 않고 그 자체로 더할 것 없는 포장이 된다. 재료뿐 아니라 엮는 방법까지 지역의 조건에 따라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 온 탁월한 패키지 디자인이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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