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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만 칼럼] 종편은 방송의 품위를 지켜야

[임순만 칼럼] 종편은 방송의 품위를 지켜야 기사의 사진

“정부가 종편 배려하는 가장 매끄러운 방식은 엄정한 기준 세워 지키도록 하는 것”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이명박정부에서 온갖 의혹 속에 탄생시킨 종편은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정책 도입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구조적인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조차 최근 종편 재승인 심사 기준안 의결을 앞두고 “종편의 콘텐츠가 기대에 못 미치고 내용이 부실한 게 많다. 애초에 종편이 2개 정도면 적당하다고 봤는데 정치적 판단 때문인지 4개나 허가돼 경쟁이 심해지고 초기 영업 손실도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한 종편 채널 4개사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재승인 심사 기본계획도 ‘종편 봐주기’ 논란에 휘말려 있다. 내년 2월부터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종편에 대해 기본계획은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엄격한 조항을 도입하기는 했다. 그러나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재승인 거부를 받으려야 받을 수조차 없는 짜맞추기 계획”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방송의 공정·공익성과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등 2개 핵심 심사 항목의 과락 기준이 재승인 심사 연구반에서 제시한 기준(60%)에 비해서도 후퇴(50%)했고, 심사 항목 9개 중 나머지 7개는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비계량 항목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건부 재승인’이라는 규정은 퇴출은 막아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일 정도다.

논란이 거듭된 종편 채널이 재승인 과정에서 다시 시비에 휘말린다면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종편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정책 도입 취지를 감안해 엄정한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그것이 방통위가 종편을 봐 줄 수 있는 가장 매끄러운 방식이다. 종편의 근본적인 문제를 모른 체하거나 거대언론의 영향력에 편승해 정권과 언론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나가려 하다가는 장래에 종편이 4대강 보처럼 사회의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방통위로부터 17번의 제재를 받고도 별다른 개선점을 보이지 않고 있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모든 언론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몇 개의 보는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와 있는 4대강 문제는 거대언론이 종편을 얻어내려고 정권에 장단을 맞춰 준 결과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 종편을 특혜와 봐주기 일색으로 다룰 경우 누이와 매부가 좋은 날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의 이무기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해법은 막말방송, 진영논리에 갇힌 불공정 보도, 토론방송으로 전락한 편성 등의 문제로부터 방송의 권위와 품위를 지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우선이다. 시도 때도 없이 토론 프로그램을 편성해 동색(同色)의 ‘정치평론가’들이 진영논리를 반복·심화시키는 극단으로부터 다양성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종편이 이런 자정능력을 가졌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최근 이런 폐단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부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당국의 징계와 시민단체들의 항의를 우습게 여기면서 내심 일방적 극단을 추구하거나 가까스로 피해가는 정도이지 진실로 달라지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된다.

지난 정권이 정책목표로 내세운 방송의 다양성과 국제경쟁력은 이제 바라지 않는다. 엄결한 공정성이나 균형성을 바라지도 않는다. 초등학생들의 토론회에서도 금기시하는 일방토론회와 선동으로부터 벗어나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것을 자체적으로 실천하지 못한다면 강력한 개선책으로 유도해야 한다. 잘못된 것은 오래 지탱하지 못한다. 이것이 시민사회를 유지하게 하는 기본 동력이다. 방통위와 종편은 이 점을 유념해줬으면 한다.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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