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용근] 기부 외면하는 세금정책 기사의 사진

지난해 연말에 필자의 눈을 의심케 하는 세법 개정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그 내용은 작년까지는 지정기부금을 비롯한 몇 가지 항목에 대해 항목별로 모두 소득공제를 받아 왔으나 금년부터는 이들을 모아 연간 2500만원을 넘어서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소위 ‘소득공제종합한도제’를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즉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신용카드 등 9가지 소득공제 대상을 모두 합해 연간 2500만원을 넘어서게 되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과연 바람직한 개정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무엇보다 교회를 비롯해 각종 종교단체와 공익법인의 수혜자 계층에서는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아직까지 피부에 와 닿지는 않겠지만 내년 연초에 있을 금년도 소득세 연말정산 때가 되면 불만의 기류가 한층 거세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리나라의 전체 조세수입은 다소 늘어날지 모르지만 민간 기부에 의한 공익사업의 규모는 훨씬 줄어 오히려 복지 수행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특히 금년도 세법개정(안) 발표 내용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부하는 소위 ‘법정기부금’에 대해서도 금년까지는 전액 소득공제가 가능하나 내년부터는 법정기부금뿐만 아니라 세법에서 정한 지정기부단체에 기부하는 지정기부금을 합해 일정 부분만 세금으로 공제해 주도록 되어 있어(납부해야 할 세금의 15% 범위 내) 기부문화가 크게 위축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추가 증세 없이 복지정책을 해 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민간의 기부문화 활성화를 통한 민간 주도형 복지정책 추진이다. 그 이유는 복지정책이란 원래 국가에서 세금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세금이 아닌 민간 기부에 의해서 복지를 보다 잘 추진할 수도 있다. 그 예로 우리 주위에는 각종 민간 공익재단의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져 우리가 바라는 복지가 잘 추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거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생계 지원을 위한 시설법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관련 재단이 많이 만들어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금으로 세입을 늘려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것보다 민간 기부에 의해 복지를 수행하는 것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만약 지정기부금에 대한 ‘2500만원 소득공제종합한도제’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큰 변수로 등장할 것이다. 이참에 필자는 우리나라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금 세금우대 조치와 더불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현행 기부금 관련 문제점으로는 공익법인 설립 요건의 기준 및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 공익법인 주무 관청과 세무 당국의 이중적인 행정규제를 들 수 있다. 이는 과거 일부 재벌 측에서 세금 면탈 목적으로 잘못 운영해 온 것도 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사정이 매우 다르다.

개선 방안으로 공익법인 설립 요건 완화와 관리 시스템 일원화를 들 수 있다. 그 예로 현재 재단법인 설립 기본재산 요건인 서울 5억원, 지방 2억원 이상이라는 비영리법인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시켜야 한다. 또 자발적 기부문화 확대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액 기부자에 대한 획기적인 사회 우대 조치가 따라야 한다.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으로 민간 지정기부단체를 만들어 자발적 급식 재원을 마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20여년간 한푼의 국고지원 없이도 잘 운영하는 무상급식 단체인 밥퍼나눔운동본부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불리하게 되는 현행 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종합한도제라든지 기부금을 소득공제가 아닌 세액공제로 전환하려는 지금의 세제 개편안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조용근 (세무법인 석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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