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김혜림] ‘한국판 미셸’은 섣부른 기대였나 기사의 사진

미셸 오바마, 브루니 사르코지, 케이트 미들턴, 펑리위안. 이들의 공통점은? 퍼스트 레이디? 아니다. 케이트 미들턴은 왕세손비이니 퍼스트 레이디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답은? ‘파워 드레서(Power Dresser)’들로, 지구촌의 ‘완판녀’들이다. 이들의 옷차림은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입거나 들고 나오면 동이 난다.

이 명단에 우리의 여자 대통령이 빠져 있어 안타깝다. 박근혜 대통령은 확실한 파워 드레서인데 완판녀는 아니다. 그가 입는 옷의 브랜드와 디자이너는 철통보안 속에 갇혀 있어 ‘왕따라쟁이’들도 따라 입을 수가 없다.

요즘 일부 언론들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러시아와 국빈 방문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박 대통령이 ‘패션외교’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첫 다자외교 무대인 G20 정상회의 때는 조화와 균형, 평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녹색, 경제협력을 논의한 이탈리아 정상회담 때는 비즈니스의 색인 푸른색, 미래비전을 공감한 러시아와의 회담 땐 대담한 붉은색 재킷을 골랐다고 칭찬한다. 또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궁전에서는 분위기와 어울리는 공주풍 의상, 베트남 도착 때는 고 육영수 여사가 좋아한 물방울무늬 상의에 월남치마로 친근함을 나타냈다는 해설이다.

색상은 다양했지만 목깃이 올라온 긴 재킷에 바지 차림으로 디자인은 비슷했다. 또 공주풍 의상과 월남치마는 이제껏 그가 보여준 패션 센스를 의심케 할 정도의 디자인이었다. 아무튼 디자이너가 밝혀진 것은 베트남에서 열린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 입고 나온 한복뿐이다. 그의 한복 차림은 우아하다. 하지만 지구촌 패션 피플들이 한복 디자이너에게 관심을 가질 리는 없다.

미셸은 서른 살 남짓한 무명 디자이너 제이슨 우를 유명 디자이너로 키워냈다. 미셸이 두 번의 대통령 취임식 파티 때 그의 드레스를 입으면서 제이슨 우는 스타 디자이너가 됐다. 또 취임식 때 본인과 딸들이 입었던 미국의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는 세계 시장에서 잘나가는 브랜드가 됐다.

여자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패션계는 한국판 미셸 효과를 기대했다. 취임식 직전 만난 한 패션 디자이너는 “박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패션 행사에도 참석하셨던 만큼 기대가 크다”면서 국내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는 디자이너들에게 냉담했다. 박 대통령이 입는 옷은 맞춤복으로, 오래 전부터 그의 옷을 만들어 온 사람이 전담하고 있다는 얘기만 흘러나온다.

박 대통령이 특정 디자이너나 일부 브랜드를 드러내놓고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은 원칙을 지키려는 그의 성품과 무관하지 않을 터다. 바로 전임 대통령 부인이 고가의 가방을 들었다가 구설에 휘말린 것을 지켜봤을 터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전 영부인의 가방은 해외 유명 브랜드였다.

그는 취임식 때 TPO(시간 장소 경우)에 딱 들어맞는 옷으로 하루에 다섯 번이나 갈아입었다. 그런 패션 감각으로 잠재력 있는 신인 디자이너 옷을 골라 입고 외교 무대에 나선다면? 우리나라도 한국판 제이슨 우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미셸은 중국계인 제이슨 우를 선택한 이유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사람”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구촌의 이목을 만족시킬 만한 스토리 텔링과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패션 외교’만 할 게 아니라 ‘패션 비즈니스 외교’에도 관심 기울여 주시길….

김혜림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