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아 유 레디(Are you ready)? 기사의 사진

“아버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한 맺힌 호명(呼名)입니다. 제발 생사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내 고향 함경남도 문천군 북성면 사흘천리. 조상대대로 터를 닦고 살아온 그 고향을 이제 내 자식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버지, 부디 꼭 살아만 있어 주십시오. 당신을 만나면 꼭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전쟁의 포연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은 가족이다. 만약 60여년 동안 그 가족과 헤어져 살았다면, 60여년 동안 절실한 가족의 호명을 기다리며 산 것이다.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3년 만에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 홈페이지엔 가족을 찾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1988년부터 최근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2만8000여명이다. 이 중 5만5000여명은 이미 사망했고 남아 있는 사람 중 70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신청자의 80.4%에 달한다.

야곱과 에서 그리고 요셉

구약성경에 오랜 상처로 만나지 못하던 형제가 화해의 포옹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우니라.”(창 33:4) 적개심에 불타던 에서가 동생 야곱을 용서한 것은 은혜의 섭리였다. 또 요셉은 자신을 노예상에게 팔았던 이복형들을 용서했다. 요셉은 가슴에 각인된 ‘분단의 38선’을 지우고 두려움에 떠는 형들의 허물을 덮어주고 위로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5) 특히 요셉은 극심한 7년 흉년을 대비하면서 가나안 땅에 있는 아버지와 형제의 만남을 준비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통일을 준비하는 남과 북의 만남을 떠올리게 한다. 우린 이념 갈등과 애증으로 점철된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동족으로서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만남을 기대할 수 있을까.

탈북민은 하나님의 힌트

예수전도단의 설립자 오대원 목사는 “남북한 통일을 이루는 하나의 열쇠는 북에서 내려온 2만여명의 탈북주민”이라고 말해 왔다. 북에서 남으로 그 수많은 사람들을 내려 보내신 하나님의 커다란 목적은 무엇일까. 오 목사는 “하나님이 남과 북의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을 보내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더불어 살면서 그들을 이해하라고 하나님이 힌트를 주셨다는 것이다. 우린 과연 영적·육적 가뭄으로 굶주린 형제들을 만날 준비가 되었을까.

지난 9일 한반도 통일 문제를 다룬 다큐 ‘아 유 레디?’ 시사회를 다녀왔다. 이날 허원 감독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북한 이탈주민의 50%가 정착에 어려움을 느끼고 탈북을 후회하고 있다. 2만여명의 이들을 품지 못하면 통일 후 2000만여명의 북한 주민과 어떻게 더불어 살 수 있는가.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을 먼저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통일 준비이다.” ‘아 유 레디?’는 지금까지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남북통일을 위해 기도하지만 응답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야곱과 에서가 서로가 목을 안고 우는 그들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되길 바라고, 요셉 형제들의 용서와 화해가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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