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현주]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5년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사회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지 5년이 지났다. 제도 도입 전부터 시기상조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가족부양 기능이 급속히 쇠퇴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병약한 노인 부양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제도의 도입 취지는 시대적으로 적절했다. 하지만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전달 체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리와 불법행위들은 이미 위험 수위에 와 있다.

다양한 유형의 부정수급과 부당청구, 공공연한 본인부담금 면제 및 고객 알선유치 등은 현재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처해 있는 현주소의 단면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병폐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는 제도를 시행하는 정책의 기본 방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제도적 문제는 그동안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감수하면서 서비스 인프라의 양적 확대를 우선하는 정책적 판단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리와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영세 민간요양시설의 난립, 서비스 이용 지원 체계의 미흡, 사회보험 영역의 공공성과 시장성 간의 현실적 갈등, 관리 체계의 미흡과 서비스 품질의 저하, 서비스 공급의 불균형 등 각종 문제들도 그동안 정책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양적 확대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서비스 품질 개선은 소홀히 한 데서 빚어진 결과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국가적 사회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도의 안착과 미래지향적 발전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인프라의 양적 확대 정책을 점검하고, 서비스 품질 개선을 정책적 우선순위에 두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성해 제공하는 현행 표준장기요양이용계획서는 구속력이 없어 이용자가 서비스 사업자와 계약을 맺을 때 활용도가 매우 낮다. 이는 공단의 이용계획서와 요양기관의 서비스계획서 사이의 괴리를 가져오고 결국 부당청구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표준장기요양계획서 내용의 적정성을 제고하고 계획서의 법적 구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요양 서비스에 대한 표준기준 개발로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서비스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요양기관별로 서비스를 계획하고 실시하기 때문에 기관별로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의 범위와 수준 차이를 상당 부분 완화시킬 것이다.

민간시장의 경쟁논리를 통해 높은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하겠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영리 민간요양기관의 시장 참여로 야기된 공급 과잉과 과다경쟁, 다양한 불법행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요양기관의 시설 및 인력 기준을 강화하고, 현실적으로 이를 평가에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평가 결과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질 수 있는 행정관리 체계가 제도적으로 정비돼야 한다. 또한 평가 및 관리·감독 기능의 제도적 활성화를 통한 서비스 품질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이 기능을 수행하는 관리운영 기관의 인력을 적정 수준으로 충원해야 한다. 그리고 요양보호사와 같은 장기요양 인력의 자질 향상과 이에 부합하는 처우 개선도 서비스 품질 제고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해결 방안들보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정책을 결정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과도기를 겪으면서 이용자 중심의 정책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정책을 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재의 심각한 문제들은 대부분 이러한 정책적 패러다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용자를 중심에 두는 정책적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우리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지향적 발전을 담보할 열쇠일 것이다.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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