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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만 칼럼] 북한이 진 짐 기사의 사진

“북한이 더 없이 초라하다. 모든 전략이 불모가 되고 있다. 과중한 것은 버려야 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행사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상봉할 남측 대상자 96명, 북측 대상자 100명의 최종명단까지 교환한 상태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방 통보, 대체 이건 무슨 전술인가.

북한의 주장에는 지성과 순리가 들어 있지 않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북한의 노력에 의해 개성공단 조업 재개 등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었다면, 누가 했는지 정확하지도 않은 한두 마디의 말을 빌미로 그 진전을 무효화시키려 드는 유치찬란함은 대체 무엇인가. 이석기 의원 구속 사건과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시키는 주장도 우스운 일이다. 북한은 이미 개성공단 조업 중단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적지 않은 수모를 당하고 조업 재개에 합의했다. 이제 와서 그 화풀이라도 하겠다는 심산인가.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변화 앞에서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1970년대 이후 국제정세 변화에 일정한 정도로 외교력을 구사해 왔다.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에도 ‘벼랑끝 외교’를 구사하면서 ‘강경’과 ‘온건’을 오가는 나름대로의 외교 전술이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시대 들어 북한의 그런 역량은 실종된 듯하다. 개성공단 폐쇄 카드는 패착이 돼 버렸고, 핵무기 전략은 ‘불바다’ 등 몇 차례의 식언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불모의 정책이 돼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진 나라로 비친다. 대다수 인민들이 수십년째 굶주리고 있고 비확산 대상국인 시리아, 이란은 북한과는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시리아는 러시아의 중재를 받아들여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신고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자국 내 모든 화학무기와 장비의 해체를 완료한다는 계획아래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란은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추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임을 그동안 수차례 밝힌 상태다.

북한이 더없이 초라하다. 3차 핵실험을 마치고 소형화·경량화를 통해 무기화 수준까지 갔지만 국제사회에서 무시를 당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기 전에는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 핵은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은 내려놓아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염원을 틀어쥐고 있는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온당한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경제건설과 핵무장 병진 정책은 내부용 미사여구일 뿐이다. 자본을 축적해야 하는 북한은 나선경제특구의 실패, 황금평 경제특구의 정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등으로 인해 외부로부터의 자본 유입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성공단 국제화에 합의한 북한은 그 연장선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남한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통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도 남과 북은 마지막까지 미더워야 하는 관계다. 남한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에서 북한 문제 해법은 시작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뜻대로 안 된다고 강경 카드를 선택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연기 발표가 나오자 준비를 위해 금강산에 파견한 우리 측 선발대와 지원 인력을 전부 철수시키겠다고 즉각적으로 발표했다. 이것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현실적 작동원리라는 것을 북한은 다시 학습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상처를 안고 다시 남한 당국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강물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현 단계에서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비정상적인 북한 스타일 배제 전략’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계속적으로 북한발 무리수로 인해 점수를 벌어들이게 돼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나친 북한 배제는 갈등을 낳고 준전시 상황을 지속하게 한다는 점에서 어느 시점에선가 통합의 패러다임을 선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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