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태순] ‘리콜’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기사의 사진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 무엇이 정도인가? 나와 상대가 믿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법이 필요하다.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틀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설사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법을 준수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바로 법치주의에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권리와 의무는 무엇인가? 국회는 국민들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으로 구성된다. 즉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구체적 실체다. 국민의 위임에 따라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고 국민들의 권익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을 비롯해 불체포특권 등 각종 보호 장치를 마련해 주고 있다. 게다가 국가가 나서 정당을 보호하고 정당의 운영자금을 보조해주는 것이다.

‘권리 없이 조세 없다.’ 근대시민혁명의 정신은 오롯이 이어져 오늘날 국회 권능의 원천이 되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에 개인과 공동체의 안전과 존립을 위탁하며, 그에 따른 비용을 세금의 형태로 지불하고 있다. 국민들은 세금으로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과연 정부가 제대로 살림을 살고 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확인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그 권능을 국회에 위임하게 된다.

우리 헌법 54조 ①항은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조 ②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결산을 통해 정부가 돈을 제대로 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국정감사로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에는 이 정도의 돈으로 아껴가면서 나라 살림을 하라고 예산을 정해준다. 아울러 예산을 적법하게 지출할 수 있도록 부수 법안들도 정비해 줘야 한다. 이것이 입법부의 본래 책무다.

민주당이 장외로 나간 지 55일째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장외투쟁 53일을 훌쩍 넘어섰다. 김한길 대표가 시청 앞 천막에서 노숙투쟁을 한 지도 한 달이 다 돼간다. 민주당은 당분간 장외투쟁을 접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전국을 순회하면서 장외투쟁을 확산하려고 한다. 과거 엄혹했던 시절 야당이 마지막 순간 꺼내들었던 카드가 장외투쟁, 단식투쟁, 삭발투쟁이었다. 과연 2013년 현 시점에서 장외투쟁 이외의 대안은 없는 것인가?

장외투쟁은 결코 정답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127석의 민주당은 절대적 비토권을 갖고 있다. 재적 300석의 5분의 3인 180석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다. 야당인 민주당이 이른바 ‘갑(甲) 중의 갑’이다.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정감사를 통해, 예결위에서, 또 상임위에서 정부와 현 정권을 향해 마음껏 할 말을 하고 짚을 부분을 짚을 수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헌법이 마련해준 자기들의 장(場)을 마다하고 왜 바깥으로 나돌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국회가 공전되고 국정감사가 부실해질수록 한숨을 놓고 콧노래를 부르는 곳은 다름 아닌 행정부다. 어제 민주당이 일단 등원을 하기로 결정했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정부는 태생적으로 밀실행정을 선호하고 어떻게든 국회의 통제와 감시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따라서 민주당의 전격적인 등원 결정은 늦었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단체장과 지방의원(비례대표 제외)에 대한 ‘주민소환’ 제도가 도입됐다. 주민들이 선출한 공직자들이 제대로 일을 못할 때 소환(Recall)하는 제도다. 한마디로 불량품을 회수하겠다는 주권자의 강력한 의지표현이다. 아직까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 제도는 도입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국회가 개점휴업을 계속한다면 조만간 국민들은 외칠 수밖에 없다. “리콜을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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