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왜 잇따라 무너지나… 문어발식 몸집 불리기 ‘惡手’ 기사의 사진

샐러리맨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연이어 경영 무대에서 퇴장했다. 많은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회사를 상속받지 않고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맨손으로 큰 기업을 일군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많은 샐러리맨들에게 희망을 던져줬다. 기업이 일어나고 쓰러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지만 이들의 좌절에 많은 사람들이 진한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출발한 윤 회장, 쌍용양회 신입사원이었던 강 회장, 통신장비업체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박 부회장의 성공 신화에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실패에도 적지 않은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게 학계와 재계의 설명이다. 제2의 샐러리맨 신화를 위해 이들의 패배 스토리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나친 자신감이 발목을 잡아=윤 회장은 샐러리맨으로 일하면서 브리태니커의 54개국 영업사원 중 최고 실적을 내 ‘영업의 신’으로 불렸다. 강 회장 역시 말단사원에서 쌍용중공업 전무까지 승진했고,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던 쌍용중공업이 매물로 나오자 전 재산을 털어 경영권을 인수했다. 박 부회장은 무선호출기 회사 팬택을 휴대전화 생산업체로 변신시켰다.

성공 신화에 도취한 이들의 자신감이 무리한 사업확대로 이어져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26일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일궈낸 이들의 성공 경험이 과도한 자기확신을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주변에서 만류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일을 크게 벌여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전문분야를 키우지 못하고 무리하게 사업확대=웅진출판사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세워 정수기 시장을 개척했다. 웅진식품과 코리아나화장품을 통해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갔다.

소매·유통에 강했던 웅진그룹이 전문분야와는 거리가 먼 태양광사업(웅진폴리실리콘)이나 건설업(극동건설)에 뛰어들면서 위기를 스스로 불러왔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STX그룹도 대동조선(STX조선해양) 인수를 시작으로 산단에너지(STX에너지), 범양상선(STX팬오션) 등을 사들였다. 인수·합병에 그치지 않고 STX엔파코(STX중공업), STX건설, STX다롄 등을 창업하며 덩치를 키웠다.

팬택도 무선호출기의 성공을 기반으로 휴대전화·스마트폰 시장에서 영역 확대를 시도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강점이 있는 전문분야를 특화시키지 못하고 사업 확대를 통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전정신으로 일군 기업, 끝내 벽을 넘지 못해=윤 회장이나 강 회장, 박 부회장이 성공한 대기업 총수로 자리 잡기 직전에 좌초한 것은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단시간에 급성장하다 보니 다른 대기업들보다 인적·물적 자원이 취약해 위기상황 대처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기존 대기업들과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금융위기와 장기화된 경제 침체 등 외부 상황도 이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이들의 창조적 발상과 과감한 도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이들이 마지막 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은 그래서 아쉬운 대목이다.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이들의 샐러리맨 신화는 계속될 수도 있었다. LG경제연구원 김영민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그룹들에 대해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내부를 깊이 보면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면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기업들은 창업자 한 명의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그 판단이 맞을 땐 좋겠지만, 만약 틀리게 되면 회사 존립 기반마저 흔들린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샐러리맨 신화 탄생을 위해=이들 3명의 퇴장으로 이제 샐러리맨 신화를 만든 인물은 얼마 남지 않았다. 증권맨으로 시작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월급쟁이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글로벌 브랜드 휠라를 인수한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등이 거론될 뿐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샐러리맨 신화를 위해선 규제 완화와 정책적 배려 등을 통해 창조적인 기업가들이 계속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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