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평화열차 북한 통과, 정부가 지원해야 기사의 사진

다음 달 8일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서 역사적인 열차 한 대가 출발한다.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이르쿠츠크, 중국 베이징을 거쳐 한국의 부산까지 오는 ‘평화열차’다. 열차는 유라시아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관통한다. 분단을 극복해낸 통일독일에서 출발해 냉전시대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을 상징했던 러시아와 중국을 거쳐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 한국으로 오는 여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뜻 깊다.

통일 중요성 알리는 WCC총회

더구나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다. 평화열차에 실려 오는 평화와 통일, 화해와 공존의 메시지는 울림이 클 수밖에 없다. 평화열차 탑승객들은 열차 내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 워크숍과 세미나를 갖고 중간 거점에서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평화마당도 펼친다.

열차의 종착지인 부산은 다음 달 30일부터 열흘간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열리는 곳이다. 평화열차의 메시지는 WCC 총회에 전달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평화열차의 여정이 완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구상대로면 러시아를 가로지르고 중국 베이징을 거쳐 북한과 접경도시 단둥까지 온 열차는 압록강철교를 건너 북한 땅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신의주와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렸던 평양, 개성, 서울을 거쳐 부산까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하게 된다. 이 구상이 실현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세계만방에 알릴 수 있는 아름다운 여정은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다.

반면 북한 통과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평화열차는 단둥에서 멈춰서야 한다. 철길이 뚫리지 않으면 선박으로 인천을 거쳐 부산으로 가거나 항공편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는 평화열차의 북한 통과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북측으로부터 협의를 위해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장도 받았다. 희망과 기대를 갖고 2차례 방북을 신청했지만 통일부는 모두 불허했다. 민간 차원의 남북 협력이나 교류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를 위한 협의는 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 하는 게 원칙이라는 이유에서다.

방북을 불허한 이유가 실제로 이것뿐이라면 참 답답한 일이다. 교류사업 협의를 북한에서 하면 안 된다는 원칙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그럴 이유가 있다 해도 이처럼 중요한 행사에는 얼마든지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 WCC 총회는 세계교회가 한국교회로 들어오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개신교와 가톨릭을 포함한 전 세계 22억 크리스천의 이목이 부산으로 쏠린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단둥에서 멈추지 않아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라시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새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화열차는 박 대통령의 구상을 앞당겨 실행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개성공단 가동 재개로 화해 기류로 돌아섰던 남북관계는 북한의 이산가족상봉 연기로 다시 얼어붙고 있다. 평화의 메시지는 이데올로기나 이해관계를 초월한다. 평화열차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적극 지원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송세영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