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재엽] FX사업 어떻게 풀 것인가 기사의 사진

2년 이상을 끌어온 공군의 차기 전투기(FX) 사업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9월 24일 개최된 제7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단독 후보 기종으로 상정된 미국 보잉의 F-15SE 선정을 부결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국방 당국은 가능한 한 조기에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F-15SE는 8월 중순의 가격입찰에서 3개 후보 기종 가운데 유일하게 8조3000억원의 총사업비 이내로 가격을 제출하여 유력 후보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다수의 국방 평론가, 예비역 장교들은 F-15SE가 이미 공군에서 60대를 보유하고 있는 F-15K ‘슬램 이글’ 전폭기의 단순 개량형에 불과해 미래 공중전에 적합한 선택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레이더 탐지 회피 기능이 우수한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 및 도입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한국도 마땅히 스텔스기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결국 FX 사업의 재추진 결정은 그동안 제기되어 온 군 내외의 우려를 반영하는 가운데, 스텔스기 도입에 대한 군 당국의 의지를 명백히 확인시켜주었다. 물론 북한과 주변국의 군사 위협에 맞서 우수한 성능의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대의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노후 전투기의 조속한 교체 필요성이다.

현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 460여대 가운데 과반수인 약 240대는 1970년대 전후로 도입된 구형 F-4 ‘팬텀’, F-5 ‘타이거Ⅱ’다. 이들은 2020년 무렵이면 작전 수행이 불가능해지며, 한시라도 시급히 교체되어야 한다. 군 당국은 FX 사업이 계속 지연될 경우 2019년 이후 공군의 전투기 보유 대수가 현재보다 100대 부족해지는 전력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므로 FX 사업에서의 기종 선정은 기술적인 우수성뿐만 아니라 구형 기종의 원활한 교체를 위한 적시(適時) 전력화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FX 사업의 재추진을 앞둔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전투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라이트닝Ⅱ’다. F-35는 FX 사업의 3개 후보 기종 가운데 유일한 스텔스기이며, 앞으로 재추진될 사업 과정에서 큰 기술적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06년의 첫 시험비행 이후 F-35는 아직도 전체 개발 과정의 40%만을 충족시켰을 정도로 전력화가 지연되고 있다. 이는 FX 사업이 요구하는 2017∼2020년까지 완성된 성능의 F-35가 양산 및 실전배치될 수 있을지에 관하여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한 문제다.

만약 F-35가 앞으로 진행될 FX 사업의 재추진 과정에서 개발 지연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스텔스기 도입’과 ‘적시 전력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딜레마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에 필자는 다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기종 도입을 2단계로 나누어 실시하는 것이다. 1단계에서는 총 60대의 전투기 가운데 30∼40대를 도입하되 만약 F-35의 전력화가 여전히 지연된 상태라면 F-15SE와 같은 비(非)스텔스기를 우선 확보해 전력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후 전력화가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F-35를 20∼30대 도입한다면 주변국에 대한 스텔스기 전력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중급유기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노후 기종의 교체 지연으로 인해 전투기 대수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공군은 보유 중인 전투기의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공중급유기는 전투기의 무장 탑재, 연료 공급 능력을 동시에 극대화시켜 적은 수의 전투기로도 다양한 임무를 보다 오랫동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바로 이 점에서 공중급유기는 앞으로 진행될 노후 전투기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전력 공백의 훌륭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어쩌면 공중급유기야말로 공군이 스텔스기보다 조속히 확보해야 할 무기일지도 모른다.

김재엽 (한남대 초빙교수·국방전략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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