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성국] 사회복지는 양날의 칼이다 기사의 사진

기초연금을 둘러싼 사회복지 논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쏟아냈던 사회복지 관련 다양한 공약들이 이제 ‘진실의 순간’을 맞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 공약,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치료, 무상교육, 대학 반값 등록금 등 굵직굵직한 사회복지 공약들이 대폭 수정되거나 파기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심화와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여야 정치인들의 무상·보편 복지 경쟁과 포퓰리즘은 몇 달도 못 되어 거품이 꺼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총선과 대선에서는 득표에 큰 효과를 거두는 것이 복지 공약이지만, 선거가 끝난 후 그것들은 날카롭게 날이 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복지지출은 특유의 비가역성으로 인해 한번 증액된 이후에는 축소가 어렵기 때문에 엄격한 원칙에 입각하여 통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인들은 산타클로즈가 되기 시작한다. 사회 양극화와 이에 따른 사회불안, 실업 및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여 중앙과 지방정부는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론을 합창하기 시작하고 이에 신중론을 펴는 의견은 이른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어 버린다.

복지지출의 적정성을 둘러싼 오늘날 우리 사회의 논쟁을 보면서 2000년대 초 독일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립내각을 이끌면서 저성장 고실업이라는 독일의 고질병을 근본적으로 고쳐 2005년 총선에서 재집권한다는 목표하에 ‘어젠다 2010’을 야심차게 입안하고 대대적인 여론 몰이에 들어갔다. ‘어젠다 2010’이라는 노동·사회보장 개혁 종합 패키지 가운데 노동개혁 법안 ‘하르츠 Ⅳ’는 당시 320만명에 달하는 장기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노동 및 복지 개혁정책이다.

하르츠 Ⅳ는 2005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는데 실업수당과 영세민 보조금을 통합해 지원액을 대폭 줄이고 실업수당 수혜 자격을 크게 강화하였다. 이 정책의 목표는 실제 보조가 필요한 사람에게만 복지 혜택을 주고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실업자에게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 실업률을 감축하는 데 있었다.

하르츠 Ⅳ로 대표되는 슈뢰더 행정부의 복지개혁 정책은 전통적으로 서민과 노동조합의 이익을 대변하고 복지와 분배를 강조해왔던 사회민주당의 노선과는 거리가 있는 정책이었지만, 슈뢰더는 일부 복지축소가 있더라도 ‘독일병’을 고쳐 국가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005년에 치러진 총선에서 슈뢰더가 이끄는 연정은 메르켈이 주도한 기민·자민당 연합에 패배하고 정권을 내주게 된다. 복지정책을 혁신하여 재집권하려던 슈뢰더의 원대한 계획은 복지축소에 반대하는 전통적인 사민당 지지자들이 등을 돌림으로써 좌초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새로 집권한 메르켈 총리는 정적인 슈뢰더 전 총리가 입안, 추진한 하르츠 Ⅳ 정책을 계승해 나갔을 뿐 아니라 더욱 발전시켜 나갔으며 이 정책이 열매를 맺게 되면서 독일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되었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재선과 3선에 성공하는 등 메르켈과 기민당이 장기 집권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슈뢰더가 빼어든 비장의 사회복지 개혁이 양날의 칼이 되어 자신에게는 상처를, 정적에게는 날개를 달아 준 셈이 되었다. 복지정책의 진실의 순간은 반드시 온다. 문제는 진실의 순간에 복지정책을 입안한 사람과 그것을 반대한 사람 중 누가 승자가 될지는 사전에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박에 빠진 사람이 반드시 이번 판에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고 거액을 베팅하는 심리처럼, 달콤한 복지 패키지를 급조하여 쏟아 내놓는 데에만 여념이 없다. 복지는 요행을 바라는 사행성 도박이 아닌데도 말이다.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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