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승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기사의 사진

세몽은 어느 농부 집에 세 들어 사는 가난한 구두장이다. 하루는 구두를 만들 양가죽을 사러 시장에 갔다가 구두를 수선해 준 농부에게 외상값을 받지 못하자 홧김에 술을 잔뜩 마시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교회 앞을 지나던 세몽은 벌거벗은 채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마음씨 좋은 세몽은 얼어 죽을 것 같은 남자에게 겉옷을 벗어 입힌 다음 집으로 데려온다. 그런 세몽에게 화가 난 아내 마트료나는 예전에 잘못한 일까지 들춰가며 욕설을 퍼붓는다. 그러다 “마트료나, 당신의 마음에는 하나님도 없소”하는 세몽의 말을 듣고 남자에게 옷을 입히고 잠을 자게 한다. 벌거벗은 남자는 하나님께 벌을 받고 있는 미하일이라는 사나이다. <중략>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줄거리의 일부다. 미하일은 천사인데 한 여자의 영혼을 가져오라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인간세계에 내려왔다가 그 일을 수행하지 못해 사람과 함께 사는 처지가 됐다. 여자의 영혼을 데려오면 인간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

무관심이 부른 고독사

지난달 30일 부산의 도심 주택가에서 60대 김모 할머니가 숨진 지 5년 만에 발견됐다. 산골도 아니고 외딴섬도 아닌 도시의 주택가에서 숨진 지 5년이 지나 백골이 된 채 발견됐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아무리 이웃집에 관심이 없다 해도 5년씩이나 한 동네에 사는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찾아가 보든지 남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사람 사는 동네일 것이다. 그런데 집주인도, 이웃 사람들도 무관심했다. 행정 당국도 마찬가지다. 김씨의 건강보험료가 2008년 8월 이후 체납돼 독촉장이 쌓여 있었는데도 관리가 되지 않았다. 김씨가 이웃과 교류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정도라면 우리 사회는 중병을 앓고 있는 게 분명하다.

보건복지부와 노인복지 관련 단체에 따르면 홀로 살다가 어느 날 소리 없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는 고독사 노인이 지난해에만 700여명이나 됐다고 한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125만여명이나 된다. 그 가운데 고독사 가능성이 있는 노인은 30여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 노인 인구는 점점 늘고 2035년에는 홀로 사는 노인 인구가 343만명이 된다고 한다. 누구나 독거노인으로 살 가능성이 있다. 우리 사회의 가족·이웃공동체 회복과 토털케어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세포조직을 갖고 있는 교회가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교회는 지금도 정부가 하지 못하는 복지 분야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으며 사회안전망을 지탱해 주고 있다. 일부 안티 기독교세력들이 분별없이 교회를 공격하지만 교회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랑으로 산다’고 결론내렸다. 여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영혼을 가져가지 못하고 세상에 남은 미하일은 세몽의 구둣방에서 일하며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싸우고, 사랑 때문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알았고, 천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우리 모두에게 사랑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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