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1> 5명의 주민이 타고 있던 초고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층 사이에 멈춰 섰다. 탑승자들은 몹시 당황하였고 그중 고령의 할머니 한 분은 실신하였다.

<상황2> 서울시 도심 일대 교차로의 신호등이 일제히 꺼져서 차량 충돌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상황3> 석유화학계열 공장의 일관공정 생산라인이 갑작스런 정전으로 파이프 속 재료가 굳어 원상 복구에 한 달이나 걸렸다.

위의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서 가끔 경험하는 일인데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전기는 이미 산소나 물처럼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재화로 자리매김하였다. 금년 여름의 전력사용 피크 부하도 안전 보조로프 없는 상태에서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벌써부터 우려되는 것이 금년 겨울과 내년 여름이다. 10여년 전부터 계획, 시공한 신고리 원전은 내년 피크에 맞추어 준공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전기를 실어나를 송전선로는 밀양 구간에서 몇 개월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삶의 터전을 온전하게 지켜내고자 하는 주민들의 심정도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지만, 국가의 장기적인 전력수급을 책임지는 정부나 한전의 절실함도 이해되어야 한다. 이미 여러 차례의 만남이 있었고, 전문가 집단의 견해 또한 현행 경과지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좁은 한반도에서 어디를 가더라도 주민이 있고 어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할 것이며, 한전과 정부는 이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전기를 쓸 수 있는 것도 이전에 누군가의 양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작금의 대립상황이 100% 순수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기보다는 외부 세력이 대거 유입되어 주민들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정치나 사회운동 논리로 변질시켜, 갈등이 심화되고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밀양 주민들은 현실적인 대안 없는 공허한 논리에 호도되지 말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챙길 것은 챙기며, 대다수 국민이 심각한 불편을 겪지 않도록 대 타협을 이루는 대국적인 용단을 내려야 한다. 내년 여름에는 40도 가까운 무더위에 냉방도 못하고 푹푹 찌는 사무실에서 두세 달을 버텨야 하는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서문철(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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