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진영] WCC 부산총회 일치의 기회돼야 기사의 사진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 총회 개막이 임박했다. 오는 30일 개막을 앞두고 해외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평화열차가 운행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마무리 점검이 한창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관하는 평화열차는 베를린 중앙역을 출발해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간 기착지인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탑승객들은 베이징까지 기차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배편으로 인천에 도착, 총회가 열리는 부산에 이른다. 당초 베를린∼모스크바∼베이징∼평양∼서울∼부산 노선이 추진됐으나 남북한 당국이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유라시아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열차를 운행하려던 뜻이 좌절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차 탑승객들과 이들을 성원하는 사람들의 기도와 찬송은 뜨겁고 우렁차다는 것이 현지 취재 중인 국민일보 기자의 전언이다.

개막 카운트다운 돌입

스위스 제네바의 WCC 본부 관계자들이 다음 주 초 입국하면서 국내서도 본격적인 최종 점검이 이뤄진다. 행사장인 부산에 캠프를 설치, 제네바 본부와 WCC총회 한국준비위원회, 부산준비위원회가 합동으로 시설과 프로그램 등 세부 사항을 마지막으로 조율하고 확인한다. 사실상 개막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셈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차질 없는 모습과 달리 총회를 둘러싼 미숙함과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큐메니칼 포럼 측이 평화열차 출발지인 베를린에서 발표한 ‘베를린 평화메시지’ 내용에 대해 한국준비위원회가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곤혹스러운 것은 총회가 코앞에 닥쳤음에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총회를 유치한 이후 지금까지 4년여 동안 지속돼 온 보수 측의 시비가 총회 직전까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달 초에는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인사 8명이 제네바 WCC 본부를 방문하기도 했다. 일부 인사는 WCC 관계자들에게 “총회 때 부산에 100만명이 모여 반대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실제 특정 교파가 주축이 된 반대 세력은 총회 개최 일정 기간 중의 반대 시위를 위해 이미 집회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낯 붉히는 일 없었으면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국준비위 대표대회장인 김삼환 목사를 비롯해 관계자들은 보수 교계 원로들을 접촉하며 원활한 총회 개최를 위해 호소하고 있다. NCCK도 지난 4일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호소합니다’라는 호소문을 통해 분열이 아닌 일치와 연합의 정신으로 총회를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WCC 총회를 반대하는 보수 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복음주의 신앙권으로서는 종교다원주의와 개종전도금지 등의 논란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회는 한국교회의 내부 갈등으로 금이 가도 괜찮을 정도의 이벤트가 아니다. 초교파적 협의체인 WCC가 7년 만에 주최하는 세계 기독교인의 큰 예전이다. 세계 기독교사에서 유례없이 ‘받는교회’에서 ‘주는교회’로 성장한 한국교회의 괄목함을 전 세계 교회에 드러내 보이는 중요한 기회다. 한국교회가 깊은 신앙적 연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받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잔칫집을 찾은 손님들 앞에서 혹 주인들이 낯을 붉힐까 심히 걱정이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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