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しい下を買ったからと

ひょっこり友達が訪ねて來た.

私は丁度ひげを剃り終へたところであった.

二人は郊外へ

秋をけりけり步いて行った.

기야마 쇼헤이 (木山捷平 1904∼1968)

새 게타를 샀다며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나는 마침 면도를 막 끝낸 참이었다.

두 사람은 교외로

가을을 툭툭 걷어차며 걸어갔다.


일본의 시인 겸 소설가인 기야마 쇼헤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柳美里)가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 수상자라는 정도가 우리가 그를 아는 지식이 아닐까 한다.

잘 알려져 있든 아니든, 이 시는 참 빼어나다. 가을에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예정에 없이 친구가 불쑥 찾아오는 것은 찾아가는 측이나 맞는 측이나 다 근사한 일이다. 그것도 새 게타 하나 샀다고. 일본 나막신인 ‘게타’ 대신에 ‘나이키운동화’ 같은 말을 넣어본다. 새 운동화 샀다고 불쑥 찾아온다니….

가을을 툭툭 걷어차며(けりけり) 걸어간다는 것은 더욱 근사하다. 일본 사람들은 게타를 사면 새 굽의 감촉을 느끼기 위해 툭툭 차면서 걷는다고 하거니와, 봄을 툭툭 걷어차며 걸어갈 수는 없다. 봄은 제비가 물어오거나 아지랑이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을은 과연 툭툭 차며 걸어갈 만하다. 가을은 이슬로 오거나 낙엽으로 온다.

어떤 한국 시인의 시에서 ‘가을에 아이들이 벌판으로 나아가/ 하늘 멀리로 돌을 던진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는데, 가을을 툭툭 차며 걸어가는 말끔한 두 청년의 이미지가 이 못지않게 삽상하다. 딱 여기서 끝나는 시의 절묘함.

임순만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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