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철구] 韓·日 대학축제 문화의 차이 기사의 사진

언제부터인지 한국 대학의 축제는 술과 연예인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돼 있는 듯하다. 필자는 한국(86학번)과 일본(94학번)에서 각각 학부 4년을 공부한 경험을 갖고 있기에 양국 대학축제의 차이점을 체험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대학 축제문화의 개선점을 생각해 봤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대학가 주변에 술집이나 유흥가가 그리 많지 않고 맛집이나 커피숍, 책방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 대학 축제는 캠퍼스 주변의 가게들과 지역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축제기간에는 일본의 발달한 캐릭터산업을 모방해 각종 캐릭터로 분장하고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많아 마치 놀이동산에 온 듯한 모습이다. 또한 연예인을 부르거나 전문 사회자를 사 오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이 직접 사회를 보면서 동아리 중심으로 축제를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1인 1동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강의실과 운동장 공간을 빌려 재즈나 록, 일본전통음악, 연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정해진 시간에 공연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프로그램도 많다. 미인선발 대회라든지 가장 예쁜 여장선발대회라든지 재미와 추억거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공연과 관련 없는 동아리는 음식을 팔거나 전통놀이, 예를 들어 금붕어 건지기나 벼룩시장 등을 펼친다. 학교 입구와 교내 곳곳에는 언제 어디서 어떤 공연이 펼쳐지는지 지도로 크게 그려놓아 누가 언제 캠퍼스에 오더라도 금방 알 수 있도록 메시지보드가 준비돼 있고 대부분의 대학이 캠퍼스에서의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캔맥주 정도는 판매하기도 하지만, 앉아서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나 의자는 없다. 캔맥주를 구입하는 학생들 역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한두 개 정도 사서 목을 축일 정도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지역주민들도 대학 축제에 적극 참여한다. 장사를 위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이 몇 개의 조로 나누어 일본 전통 춤을 추거나 간혹 학생들을 위해 시음이나 시식을 위한 장터를 만들기 때문에 상당히 건전하다. 이렇게 일본대학이 술장사나 연예인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일본 대학 대부분의 축제기간이 하루로 한정돼 저녁 8시 안팎이면 모두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대학축제는 어떠한가? 지역주민이 대학 축제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음주와 고성방가로 인해 민원을 야기하기도 한다. 동아리 중심이 아니라 학과나 학부단위이기 때문에 소속감보다는 의무감으로 축제에 참가하는 수동적인 축제가 되기 일쑤다. 대학축제에 주변의 고등학생들이 저녁 늦게 공연하는 연예인 보러 오고 결국은 캠퍼스 운동장에 마련된 주점으로 향하여 젊은 혈기를 술로 발산한다. 주점은 돈을 벌어서 좋고 고등학생들은 해방구로 여겨서 좋고…. 겉으로 볼 때는 ‘윈윈(win-win)’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점이 많이 노출된다.

다행히 올 들어 기독교대학을 중심으로 축제 때 술판매를 금지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내년 4월부터 대학 내에서의 술판매와 음주를 금지시키는 ‘국민건강증진법’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일본의 대학축제처럼 공연문화 중심의 축제로 바뀔 것 같다. 대찬성이다.

우리나라의 술문화는 개선돼야 한다. 우리는 술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의무로 마셔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많다. 적당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취해야만 동지애를 느끼고 말이 통한다는 이상한 문화가 남아 있다. 대학생들의 축제문화에서도 잘못 인식되고 있는 술문화를 법으로 방지하겠다는 것에 대해 어쩌면 ‘독이 든 성배’와 같은 게 아닐까 생각도 해 보지만, 그 전에 우리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자정능력이 필요하다. 대학축제에서 술판을 없애는 것이 그 첫 걸음이다.

강철구 배재대 교수 (일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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