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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41) 손팻말 기사의 사진

손으로 쓴 글자는 매력이 있다. 개인의 솜씨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솜씨가 뛰어나지 않다고 해도 손팻말은 정갈하게 편집된 선언문보다 진정성이 있어 보이고 힘이 느껴진다.

노숙자들의 손팻말은 어떨까? 미국 보스턴의 예술가가 노숙자들의 손팻말을 새롭게 디자인해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이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도록 돕는다”고 생각했고 노숙자가 원하는 스타일을 반영해 손팻말을 디자인해주기 시작했다. 팻말의 문구는 노숙자의 목소리이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인터넷에 ‘그래픽 디자인이 노숙자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이 기사가 올라가자 부정적인 댓글이 잇달았다. 어떤 디자이너는 노숙자가 직접 쓴 것이 더 나아 보인다는 글을 남겼다. 2011년 ‘월가를 점거하라’는 시위에서도 손으로 쓴 팻말이 많이 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래픽은 손팻말에서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손팻말은 제대로 된 재료를 구하거나 전달 효과를 따지거나 ‘편집’을 할 겨를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절박한 상황에 놓인 그 사람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인이 노숙자를 도울 수 있지만, 절박한 상황을 고민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재능기부의 미담 수준에 머물게 된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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