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효겸] 국정감사는 국회의 수준 기사의 사진

국회의원은 각자 국민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에 명시된 범위 내에서 기능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수준 높은 법·질서 및 윤리의식도 요구된다. 독재체제 하에서는 국회 기능이 없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국회의 기능과 권능이 존중되었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다.

그렇기에 국회는 국민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의 뜻에 의해 국회의원이 선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무서워하기는커녕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 때만 국민께 엎드려 절을 할 뿐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난다. 국정을 접어두고 당리당략에 집착한다. 국회의사당 내에서 국정을 논의하는 게 순리인데 밖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또한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일이 아닌가.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을 빌미로 법망도 무력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 국회의원들의 경우처럼 법에 의한 준엄한 심판을 받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얼마 전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이민개혁법 개정 시위에 참가했다가 불법 도로점거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이나 의원 모두 당당했고 어느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이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민주공화국 체제의 국회의원은 국민의 합리적 인식에 부응해야 한다. 법에 뚜렷이 저촉되는 행위가 아니라 하더라도 국민의 눈에 거슬리는 행위는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 국민의 눈에 거슬리는 행위가 되풀이될 때 사회의 기강은 와해되고 민주공화국의 질서를 지켜내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 나라가 어떻게 다시 세워졌는가. 풍전등화처럼 쓰러져가는 나라가 누구의 노력으로 어떻게 보전돼 왔는가. 국회의원들이 이런 역사적 사실을 망각하거나 등한시한다면 국민들의 국가관은 온전히 지탱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정치인들은 미래 대한민국 창조를 위해 큰 힘을 모아야 한다. 원대한 꿈을 키워야 한다. 힘에 부치는 복지공약은 접어야 한다. 전시성 선심공약도 근절되어야 한다. 공약 남발은 신뢰사회의 근간을 해치는 자가당착적 수단이다. 공약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 능력과 국민의 담세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무시한 선거공약은 국가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화근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누가 턱없는 정책을 갖고 세월을 허송하는지, 빗나간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대체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이 세계 상위권인 것처럼 의식수준도 세계 상위권이고 비평적 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국정감사는 국회 기능이 마비됐던 얼마 전에 비하면 다행이긴 하지만 치밀하게 진행되는 모습은 아니다.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국회 고유의 수단이다. 국정감사를 철저히 해서 잘못된 관행이 시정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잘못된 행정부 정책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질의해야 한다. 비서관이 작성한 내용을 읽는 수준의 국정감사는 정곡을 찌르지 못한다. 직접 챙기고 손질해 수준 높은 국정감사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빗나가는 정책을 올바로 잡을 수 있다.

복지 분야 재원이 어디서 새는지,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지 정확하게 추적해줘야 한다. 이런 목표의식과 사명감이 있다면 일선 행정기관은 물론 산하 단체와 교육기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통계자료를 산더미처럼 요구해 놓고는 들춰보지도 않는 행정 낭비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이다. 대한민국이 발전하려면 깊이와 효율성을 갖춘 국정감사를 진행해야 한다.

김효겸 대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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