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훈] 비정규직 사용기간 늘려야 기사의 사진

'기간제법' 시행 6년 비정규직 비율 변동 없어, 사용자가 '정규직화' 필요성 느끼기에 2년은 짧아

비정규직 남용 방지를 위해 이른바 기간제법이 시행된 것은 2007년 7월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이듬해인 2008년 이후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부 통계 기준으로 34%를 조금 웃돌거나 밑돌거나 하는 수준에서 지금껏 거의 변화가 없다. 더 이상 늘지 않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양극화의 골을 메운다는 측면에서는 법 시행 효과에 의문이 든다.

양극화의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정규직 전환을 통해 비정규직을 기업 내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말하자면 비정규 인력을 내부화해 기업 내 노동시장의 외연이 확대돼야 하는 것이다. 한데 현상에 있어서는 이러한 내부화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기간제법은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고용계약에 기간의 정함이 ‘있는’ 비정규 노동자가 동일한 일터에서 2년 이상 몸담고 있게 될 경우 사용자는 이 노동자를 고용계약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2년의 사용 기간이 도래하게 되면 멀쩡하게 일 잘하고 있는 해당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오히려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마는 것이다. 굳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외부 노동시장에 ‘갈아치울’ 노동자가 넘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터에 일은 있는데도 사람만 갈아치우는 것은 사용자가 이들을 계속 써야 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유인은 어떻게 생길 수 있는가. 역설적이지만 사용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에서는 작년에 노동계약법이 개정되기까지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아무런 규제도 없었다.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을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이른바 ‘입구’ 규제, 우리처럼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출구’ 규제 어느 쪽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최근 20년에 걸친 장기 경제침체 국면에서 비정규직이 급속하게 늘었다. 2010년 현재 비정규직 비율은 33.7%, 노동자 세 명에 한 명은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비정규직의 양적 증대가 비정규직의 ‘상용화’와 ‘기간(基幹)화’라는 질적 변화를 수반하며 진행된 것이다.

상용화란 비정규직이 동일한 일터에 계속 몸담고 있음에 따라 근속연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2009년 일본 정부 통계로 기간제 비정규직 중 근속연수가 5∼10년 이내인 비율이 22.3%, 10년 이상인 경우도 9.1%에 이른다. 한편 기간화란 정규직이 수행하는 관리업무, 지도업무, 판단을 요하는 업무 등을 비정규직이 떠맡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상용화와 기간화가 심화되다 보니 묘한 현상이 일어났다. 같은 일터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기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이 늘자 기존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해 차별적으로 관리해 오던 인사체계를 폐지하고 일원화해 통합 관리하는 회사가 늘어난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우려해 ‘업무와 책임’에 따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원칙 하에 사용자 스스로 이들을 끌어안기 위한 내부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일본에서는 지난해 노동계약법이 개정되어 비정규 노동자가 동일한 사업장에서 5년 이상 일하게 되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는 출구 규제가 올해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것도 비정규 노동자가 그렇게 전환하기를 원할 경우에 한해서다. 전환을 신청할 것인가 여부에 대한 선택권은 어디까지나 해당 노동자에게 주어져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을 쓰고 버리기보다는 회사를 위해서라도 계속 함께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사용자들이 갖도록 하기에는 2년은 너무 짧다. 사용기간을 늘려야 한다.

김훈(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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