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평신도와 신학 기사의 사진

모범적으로 신앙생활을 해온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모태신앙인 그는 성경을 수십 번 통독해 중요한 구절은 대부분 외우고 있었다. 성경공부 모임을 오래 지도해 성경 말씀에 대해서는 어떤 주제든 막히는 게 없을 정도였다.

비판·반론을 꺼리는 교회

그런데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 기도로 응답받은 이야기를 하면서 몇 차례나 ‘특별계시를 구했다’는 표현을 썼다. 그의 어법에 따르면 성경에 나오는 가르침이나 계명은 ‘일반계시’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놓고 기도해서 받은 응답은 ‘특별계시’였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신학적으로는 잘못된 용법이다. 전문적인 신학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웬만한 목회자나 신학자 못지않다는 그가 기초적인 신학 용어의 뜻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작은 실수 같아 보이지만 이는 기도 응답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교회에 출석한 지 1년도 안 된 초심자가 속으로만 앓아오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주일마다 예배를 드린 뒤 모여서 성경공부를 하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고 상충되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질문을 하거나 반론을 펴면 분위기가 냉랭해진다는 것이었다. 사사건건 트집 잡는 훼방꾼처럼 보다가 종국에는 ‘신앙이 부족해서 이해 못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꼬치꼬치 따져봐야 환영받지 못한다는 경험을 몇 차례 한 뒤로는 성경공부 자체에 대한 흥미도 사라졌다. 이런 식이라면 중·고생 때 일방적으로 진행되던 주입식 교육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게 그의 고민이었다.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겠지만 한국교회의 현 상황을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례들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비판이나 반론은 불순한 것, 신학이나 이론은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교회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비판과 반론, 회의(懷疑)가 없으면 신학이 없다. 신학이 없으면 이 세상이 던지는 난해하고 복잡한 질문들에 성경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신앙과 삶의 불일치로 실족하거나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1월부터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모토 아래 연중기획으로 ‘평신도를 위한 알기 쉬운 신학강좌’를 매주 금요일 연재하고 있다. 집필자는 영남신학대 김동건 교수로 신학의 정통 주제들을 에둘러가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방의 한 교회에서는 매 주일 예배를 드린 뒤 전 교인이 모여 이 글을 함께 읽고 공부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김용옥 교수의 ‘도마복음’을 정면으로 논박했을 때는 막힌 속이 시원하게 뚫린 것 같다는 전화가 연달아 걸려왔다. 이단 사이비의 현란한 말장난에 성도들을 잃은 뒤 평신도 신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목회자의 응원 메시지도 있었다.

신학에 대한 갈증 해소해야

‘한국교회에는 신앙만 있고 신학은 없다’는 비판이 나온 건 한두 해 이야기가 아니다. ‘평신도 신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연재를 통해 새롭게 확인한 것은 현장에서 느끼는 신학에 대한 갈급함이었다. 그리고 이는 한국교회가 처한 안팎의 위기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한국교회처럼 실력 있는 신학자들과 충실하게 교육훈련을 받은 목회자들이 많은 나라도 흔치 않다. 평신도들의 신앙적 열정도 뜨겁다. 현장의 신학적 갈증을 해소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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