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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벨과학상 타려면… ‘사람 중심 장기적 지원’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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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내 물질 이동 메커니즘을 발견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랜디 셰크먼 UC버클리대 교수와 토머스 쥐트호프 스탠퍼드 의대 교수는 1991년과 1986년부터 각각 22년, 27년째 미국 비영리 민간재단인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다. TWA항공사 설립자 하워드 휴즈가 1953년 의학 발전을 위해 만든 HHMI의 기본 철학은 ‘프로젝트가 아닌 인간(People, Not Projects)’이다. 연구 수단이 불확실하고 실패 가능성이 있더라도 창의성과 장기적 안목이 돋보이는 연구자를 적극 지원하는 풍토가 ‘노벨상 수상’으로 빛을 발한 것이다. 현재 HHMI 지원을 받는 과학자 325명 중 14명이 노벨상을 받았으며 이들의 평균 지원 기간은 23.9년이다.

200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찰스 카오 박사는 영국 ‘스탠더드텔레커뮤니케이션랩’에 근무하면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정보통신 혁명 핵심 기술인 광섬유 전송을 연구해 현재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활용을 가능케 한 공로였다. 민간기업이지만 기초과학과 연구자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산업적 응용으로 이어져 결국 인류 생활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 배경에는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 못지않게 민간기업이나 비영리 재단 등이 주축이 된 ‘사람 중심 장기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정부 중심의 기초연구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30일 발간한 ‘민간기업과 재단 연구자의 노벨과학상 수상 현황 및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01∼2013년 노벨과학상 수상자 566명 가운데 수상 당시 기업에 몸담았거나 소속 당시 업적으로 수상한 과학자는 25명(4.4%)으로 1970년대 이후 증가 추세다. 1900∼1960년대에는 0∼2명에 그쳤던 수상자가 1970년대 5명, 1980년대 6명, 1990년대 2명, 2000년대 5명을 기록했다. 기업별로는 벨연구소 7명, IBM 5명, GE 2명, 그 외 11개 기업이 1명씩 배출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국적을 불문한 우수 인재 발굴과 채용, 다양한 분야의 융합 연구 등 개방형 혁신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특히 벨연구소는 사전에 설정된 목표 달성률보다 ‘얼마나 세계를 놀라게 했는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독특한 연구 문화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HHMI를 비롯한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등 민간 재단의 안정적 지원 등도 노벨상 수상에 크게 기여했다. 록펠러재단과 카네기재단 지원을 받은 노벨상 수상자는 각각 57명, 4명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민간기업이나 재단의 우수 기초연구자 지원은 활성화돼 있지 않다. 지난 8월 삼성그룹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해 물리·화학·생명과학·수학 등 4대 분야 연구에 집중 투자를 밝힌 게 유일할 만큼 걸음마 단계다. 삼성 호암상이나 포스코 청암과학상 등은 한국인 과학자 대상의 일시적 지원에 그친다. KISTEP 차두원 정책기획실장은 “민간 부문은 정부 기초연구 정책의 보완재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미국 등 외국처럼 민간기업이나 재단의 기초연구 지원을 장려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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