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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부산총회] “친구와 진실한 이야기 나누듯 기도와 말씀으로 늘 주님과 동행하세요”

[WCC부산총회] “친구와 진실한 이야기 나누듯   기도와 말씀으로 늘 주님과 동행하세요” 기사의 사진

英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 부산 도착 첫 방문지 대청동 성당 동행 취재

성공회의 수장 저스틴 웰비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가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30일 오후 김해공항에 도착해 처음 방문한 곳은 대청동 헌책방 골목 옆 언덕배기의 성공회 성당이었다.

성당은 꼬불꼬불한 골목길에 있었다. 할머니와 아주머니, 청년들과 자율학습을 빼먹고 온 학생들까지 200여 성공회 신자들은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쌀쌀한 바람에도 교회 앞까지 나와 영국에서 온 ‘큰 신부님’을 기다렸다.

지난 3월 캔터베리 대주교에 오른 저스틴 웰비 신부에게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아내 캐럴린 웰비와 1명의 수행원만 동행해 일행은 단출했다. 웰비 대주교가 탄 회색 승용차가 골목을 아슬아슬하게 지나 성당에 들어서자 신자들은 박수를 치며 꽃다발을 안겼다. 박동신 부산교구 주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웰비 대주교는 성당 입구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는 활짝 웃었다. 현수막에는 ‘환영!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라는 문구와 자신의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그는 “영국에 가서 보여주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현수막을 찍었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정말 기쁘다”고 답했다.

그의 방문은 성당 건립 89주년을 딱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200석 규모의 소박한 이 성당은 1924년 10월 31일 건립됐다. 당시의 종탑과 종이 지금까지 쓰이고 있을 정도로 20세기 초의 목조 건물 양식이 잘 보존돼 있다. 붉은 벽돌과 파란 지붕은 정갈하면서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건물은 마침 이번주 부산시 지역문화재로 등록이 된 참이었다. 웰비 대주교는 한 세기 전 성공회 선교사들이 세운 건물을 보고 “참으로 놀랍고 감사하다”며 부산만의 문화재가 아니라 신앙의 유산으로 잘 보존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성당 건립을 도왔던 캐나다 성공회의 신부들도 이날 성당을 찾아왔다. 박 주교는 “성당의 건립부터 문화재 등록, 캔터베리 대주교의 방문까지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듯하다”며 “하나님의 섭리를 느낀다”고 말했다.

신도들과 마태복음 3장 17절을 함께 읽은 캔터베리 대주교는 “하나님의 말씀은 질그릇에 담긴 보배처럼 쉽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고귀한 것”이라며 “예수님이 우리를 친구로 부르셨으니, 친구와 진실한 이야기를 나누 듯 기도와 말씀으로 늘 주님과 동행하라”고 말씀을 전했다.

웰비 대주교는 이튼스쿨과 케임브리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석유회사에서 고액연봉을 받으며 잘나가던 비즈니스맨이었으나, 생후 7개월 된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6년간 깊은 고통을 겪으면서 성공회 신부가 됐다.

웰비 대주교는 대청동에서 신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한국식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고 떡과 식혜를 먹었다. 특히 교회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삼성중학교 3학년 홍주영(16)군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자, 그는 활짝 웃으며 홍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른 청소년들까지 불러 모아 단체사진을 찍었다. 조심스러워하던 부산 성당의 신자들도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꺼내고 대주교 옆에 몰려왔다. 한 시간이 넘도록 플래시가 번쩍거렸지만 웰비 대주교는 피곤한 내색 없이 기꺼이 포즈를 취했다.

한 신자는 “엄청난 분이라고 해서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일일이 우리 손을 잡아주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 반했다”고 말했다. 누군가 “오늘 밤은 신부님이 이 동네 스타”라고 하자 웰비 대주교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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