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고도 한푼도 받지 못했던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69년 만에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은 뒤늦었지만 사필귀정이다. 광주지법 민사12부는 일본 미쓰비시에 82세의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 당사자인 원고 4명에게 1억5000만원씩, 숨진 부인과 여동생을 대신해 소송을 낸 유족 1명에게는 80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양 할머니 등은 13∼14세 때인 1944년 5월 “학교에 보내주고 돈도 벌게 해 준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로 끌려가 1년5개월이나 혹독하게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 당시 전남, 충남 출신 소녀 300여명이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끌려갔다. 이들은 미성년자로 당시 일본이 비준 등록한 조약에도 강제노동이 절대 금지된 대상이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나 일본 전범 기업들은 이제라도 준엄한 역사의 심판 앞에 승복해야 한다. 미쓰비시는 재판부의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자발적인 배상에 나서야 한다. 그게 세계 일류 기업다운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꽃다운 소녀들이 백발의 할머니가 되고 일부는 억울하게 죽어가도록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양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한 것은 1999년 3월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지난 7월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이 신일본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에 배상 판결을 내린 데 이은 것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 신고자는 전국적으로 22만여명에 달한다. 사법부 판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수십년간 자국민들의 피해를 알면서도 손놓고 있었던 것은 직무유기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상처 중 하나는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일본과 닫힌 외교 문을 열고 일제 강점기 일본군과 전범 기업들이 자행한 범법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하고 배상받을 것은 당당히 받아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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