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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43) 창살 기사의 사진

북촌이나 서촌의 도시형 한옥 동네, 그리고 재개발을 용케 피한 동네의 골목길에 들어서면, 길 쪽으로 난 창에 붙은 쇠붙이들이 눈길을 끈다. 사설 경비업체에 안전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진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보잘 것 없는 장치다.

동네 디자이너 몫을 톡톡히 했을 철공소 작업자가 골목길을 걷는 이들의 시각을 배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창살을 만들면 투박하나마 으레 모양을 내었던 것 같다. 멋지게 만든다고 해서 장인의 지위를 얻는 것도 아니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었을 테니 제 실력을 한껏 발휘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전통 가옥에서 보는 문과 창의 살대, 그리고 서구식 주택의 장식을 참조했던 것 같다. 한옥에서 볼 수 있는 만(卍)자 창살 문양이 철로 만든 창살에서도 발견되는 것을 보면 한지에 덧댄 나무 살대를 유리창의 돌출된 철판 살대로 바꾸어 만들지 않았을까.

본디 한옥의 창과 문의 살대는 집주인의 식견을 대변했다고 한다. 공동주택이 보편화되고 외부의 침입을 막는 방식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창살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집주인이 지닌 취향과 배려심이 드러난다. 그야말로 ‘철창’ 같은 건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다 튼실하지도 않은 방범창을 보면 예전의 철공소에 남아 있던 꾸밈 기질이 어디 갔나 생각하게 된다.

김상규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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