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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만 칼럼] 박근혜 대통령의 스토리텔링Ⅱ

[임순만 칼럼] 박근혜 대통령의 스토리텔링Ⅱ 기사의 사진

“반대자들을 설득시키려면 헌신이 필요하다. 약자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옳다”

전에 이야기한 바 있지만 스토리텔링의 요체는 ‘이야기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이야기가 풀리고 작품이 감동을 향하여 나아가게 된다. 그것을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 줄 때 설득력이 생겨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몇 차례 설득력 있는 스토리의 역량을 보여줬다. 당선 직후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발걸음, 취임식을 전후한 몇 개의 이벤트, 외국 정상들에게 보여준 친밀감 있는 언행들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진정한 설득력은 이제부터다. 시작은 대부분 좋다. 그러나 슬슬 국면이 꼬여가기 시작한다. 그럴 때 지도자의 스토리텔링이 나와 줘야 한다. 반대자들을 설득할 줄 아는 서사력, 갈등을 화해로 이끌어내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야기가 본격 궤도에 진입하는 국면인 것이다.

그러나 어떤가. 박 대통령은 인사(人事)에서 대중적 설득력의 구조를 중시하지 않거나, 여야영수회담 때처럼 대화의 장을 흔쾌히 마련하지 않거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으로 나라가 시끄러워질 대로 시끄러워진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정국의 갈등과 긴장을 푸는 스토리텔링의 사례는 무엇보다 성서에 많이 들어있다. 꼬인 국면을 풀어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종횡무진으로 펼쳐진다. 이 분야 전공자인 황윤관 미국 LA 작은자교회 목사가 지난주 서울에 와서 들려준 얘기를 예로 들어본다.

예수는 베드로의 집을 방문하여 베드로 장모의 병을 고쳐준다.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를 많이 잡게 해 준 데 놀란 베드로가 곧바로 예수를 따라나선 이후의 일이다. 그 후 예수가 베드로 장모의 병을 고쳐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베드로는 결혼한 몸으로 집을 떠나간 것임을 알 수 있다. 처가와 베드로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을 것이고 사위를 데려간 예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예수는 베드로의 집을 찾아가 장모의 열병을 고쳐줌으로써 시기적절하게 그 벽을 허문다.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도 어려운 사람을 찾아가는 구조로 돼 있다. 앗시리아에 점령당한 사마리아는 여자들이 앗시리아의 태를 잉태하는 바람에 유대인들에게 경멸당하던 지역이었다. 모두들 피해가는 이 지역을 예수는 손수 들어가 물 길러 나온 수가의 여인을 만난다. 수가의 여인은 사마리아 지역에서도 가장 심한 따돌림을 받아 남들이 오지 않는 시간에 우물가를 찾는 처지였다. 그 여인이 비합법적으로 다섯 남편을 두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예수는 마실 물을 청함으로써 여인을 창황하게 만든다. 그토록 비천한 자신에게 마실 물을 청하다니…. 놀라는 여인에게 예수는 생명수에 대한 얘기를 들려줌으로써 여자와 마을사람들을 변화시킨다.

막힌 곳을 찾아가 문제를 풀거나 어려운 사람을 변호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깨우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은 신약성서에 무수하게 등장한다. 예수가 마태의 집을 찾아가서 함께 식사하는 이야기도 그렇다. 당시 세리(稅吏)는 유대사회의 대표적인 혐오계층이었고 한다. 예수는 이 방문을 통해 죄인으로 취급받는 소외계층과 지탄하는 유대인 사이의 벽 허물기를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이 자리는 마태의 출신 성분 때문에 갈등이 싹트고 있던 마태와 다른 제자들과의 사이를 원만하게 만드는 절수(絶秀)의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대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한 헌신과 반전이 있어야 한다.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면, 그들이 갈가리 찢긴 비판적 언어를 구사할지라도 한 번쯤 가슴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름다울 것이다. 언론이 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빈자와 힘없는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에, 이긴 많은 사람들이 옹호하기 때문에 차가운 논리를 펼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그른 것이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옳은 것을 편들어 주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감동은 그런 데서 생겨난다.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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