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고4 증후군 기사의 사진

대학입시 준비로 사춘기를 날려버린 적지 않은 한국의 대학생들이 ‘고4 증후군’을 앓고 있다. ‘고4 증후군’이란 대학생이 되었지만 생각과 행동은 여전히 고3에 머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모가 수강신청이나 학점 이의 제기를 대신 해 준다. 아르바이트 시간표는 짜면서 정작 강의 시간표는 안 짠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면 대학 4학년이 돼도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들의 특징은 목표의식이 희박하고 계획한 일을 쉽게 미루거나 포기한다. 자아 존중감과 자신감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다. 자기 주도력이 부족하고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학생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소수였다. 그러나 요즘 이런 학생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원인은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삶은 오로지 대학 진학을 향해 정렬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웠어야 할 자존감, 비전, 자립심이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에 겪었어야 했을 정체성 탐색기(사춘기)를 대학에 들어와서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풋볼은 풋볼일뿐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의 학업 성적에는 민감하지만 정작 인생의 과업 중 꼭 이루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는 가르치지 않는다. 교회마저 “고생하기 싫으면 공부하라”는 막연한 말로 공부에 몰두하기를 강요한다.

엊그제 많은 수험생들이 마음을 졸이며 대입 수능을 치렀다. 그러나 수능이 끝이 아니다.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조용한 믿음의 힘(Quiet Strength)’의 저자 토니 던지(Tony Dungy)는 미국 풋볼 역사상 흑인감독 최초로 슈퍼볼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우승 소감으로 “풋볼은 풋볼일 뿐이다. 슈퍼볼 우승도 그리스도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세상적인 성공을 위해 부름받은 것이 아니라, 신실하게 살도록 부름 받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당한 방식으로 이겨야 한다는 것을 실천했다. 또한 승패를 초월하는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믿었다. 선수들이 공동체의 훌륭한 한 구성원이자 모범적인 젊은이가 되도록 이끄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여겼다.

4개의 렌즈

많은 청춘들이 방황하는 이유가 물론 외적으로 힘든 시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스스로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 길만 찾을 수 있다면 지금 갖고 있는 불안의 대부분을 줄일 수 있다. ‘나는 누구이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자아 정체감은 일단 형성되면 그 인생을 지배한다. 이제 자립하려는 대학생에게 4개의 렌즈를 선물하고 싶다.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망원경’, 지금 위치에선 잘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볼 수 있는 ‘잠망경’, 다른 사람들과 협력과 경쟁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이드 미러’, 현재의 자기 모습을 확대해서 볼 줄 아는 ‘돋보기’다.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이제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만의 비전과 사명, 목표를 수립하고 인생 설계를 해야 한다.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잠언 16:3)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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