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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44) 호출기 기사의 사진

한동안 호출기는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중요한 통신수단이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삐삐’라고 불리던 물건이 생각났다. ‘8282’를 ‘빨리빨리’인 줄 알아채듯이, 좁은 액정판의 숫자 몇 개만으로도 의미를 ‘해독’할 능력이 누구에게나 있었고 또 호출을 하면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 당연했었다.

이 호출기는 진작에 휴대전화에 밀려났지만 또 다른 종류의 호출기가 식당에서 널리 사용된다. 액정판마저 없이 그저 ‘call’ 버튼 하나만 있는 물건인데 규모가 큰 식당이라면 식탁 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것 때문에 더 이상 손을 흔들고 ‘이모’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 버튼만 한번 누르면 그 ‘이모’가 찾아오고 밥도 물도 술도 부탁할 수 있다. 마치 요정 지니를 부르는 요술램프 같은 물건이다. 하도 신통해서 누군가 그것을 집에 갖고 가서 하염없이 버튼을 눌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저 종업원을 부르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지만 어느 회사의 호출기는 2008년에 굿디자인 상을 받기도 했다. 어찌 보면 참 편리한 물건이지만 고급 식당에서는 이 호출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호출’하는 관계보다는 적절한 시간에 필요한 것을 확인하거나 손님의 손동작을 재빨리 파악해서 조용히 다가가는 것이 품위 있는 서비스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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