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울 신촌 타코전쟁 2년… 골목상권 지켜낸 최우진씨 기사의 사진

최우진(56) 사장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2011년 9월 서울 창천동 자신의 매장 ‘초이스타코(Choistaco)’ 맞은편에 같은 멕시코 음식을 파는 글로벌 기업 ‘타코벨’이 들어온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타코벨은 무료 이벤트, 반값 할인 등의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초이스타코는 이를 꿋꿋이 견뎌냈다. 골목 상권을 지켜야 한다는 지역 여론 앞에 타코벨은 결국 지난달 13일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 3일 서울 창천동 초이스타코 매장에서 만난 최씨는 “타코벨이 철수공사를 시작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지난 2년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갔다”며 “사실 타코벨이 없어졌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2004년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5번 출구 앞에서 노점으로 타코 장사를 시작했다. 최씨는 원래 IT 분야에서 일했지만 2002년 벤처 붐이 식기 시작하면서 회사가 문을 닫자 거리로 나왔다. 배달 일을 하다 떠오른 아이템이 미국 캘리포니아로 출장 다닐 때 먹었던 타코였다. 캘리포니아 노점에서 맛본 타코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 수레를 하나 구한 뒤 무작정 장사를 시작했다.

최씨는 큰아들(당시 고3)과 노점 수레를 끌며 일을 하러 다녔다. 아내와 둘째 아들(당시 고1)은 집에서 다음 날 장사할 소스와 고기 등을 준비했다. 장사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자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소스에 고기를 볶는 30여분 동안 수십명이 줄을 서 기다릴 정도였다.

하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노점에서 많은 고기를 신선하게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예측할 수 없는 구청의 노점상 단속도 매장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한 원인 중 하나였다.

최씨는 2005년 4월 지금의 매장을 열었다. IT 분야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투자’라며 도움을 줬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안심할 때쯤 가게 맞은편에 타코벨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씨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소규모 영세자영업자가 7년 넘게 노력해 만든 상권에 다국적 프랜차이즈 기업이 무임승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코벨 입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타코벨 관계자들은 초이스타코에 와서 음식을 먹고 사진도 찍어갔다.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벤트를 벌이며 초이스타코의 한 달 매출 물량을 단 며칠 사이에 공짜로 뿌렸다.

매출이 30% 가까이 폭락했고 6개월 이상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절망한 최씨는 ‘할 수 있는 것부터 잘하자’고 다짐했다. 그는 “타코벨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상품의 질을 유지하는 것밖에 없었다”며 “고객들이 초이스타코를 다시 찾았을 때 실망시키지 말자는 다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지역여론이 바뀌었다. 연세대 학보사 등 인근 대학 학생들이 초이스타코가 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타코벨 앞으로 몰려가 최씨와 함께 시위를 하면서 타코벨 입점의 문제점을 홍보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공룡 기업도 버틸 재간이 없었고 결국 해당 지점의 철수를 결정했다.

최씨는 “겨우 상권을 지켜냈지만 이로 인해 맛이나 품질만 잘 유지하면 누구나 큰 업체를 이길 수 있다고 여겨질까 걱정”이라며 “힘없는 영세사업자들을 돕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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