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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철 칼럼] 김기춘과 서청원

[성기철 칼럼] 김기춘과 서청원 기사의 사진

“원칙론으론 한계… 친화력 발휘해 꼬인 정국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중 누가 더 셀까? 요즘 시중 호사가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얘깃거리 가운데 하나다. 대통령 곁에서 인사와 정책에 직접 간여하는 김 실장이 더 세다는 의견과 머지않아 당 대표가 되면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서 의원이 더 세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김 실장은 비서가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는 자세로, 서 의원은 19대 국회에 가장 늦게 등원했다는 이유로 외견상 ‘낮은 포복’을 하고 있지만 둘 다 현 정권 실세라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참 다르다. 경남 거제 출신인 김 실장은 검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노태우정부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김영삼 대통령 시절 정치에 입문해 3선 의원을 지냈다. 별명이 ‘미스터 법질서’일 정도로 매사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충남 천안 태생인 서 의원은 신문기자를 거쳐 5공 초기 민한당 공천을 받아 처음 배지를 단 후 지난달 30일 보궐선거 당선으로 7선 의원이 됐다. 김영삼정부 때 정무장관과 당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2002년 이회창씨가 두 번째 대선에 출마할 때 당 대표를 역임했다. 정무장관과 원내총무 이력이 말해주듯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이 박근혜정부의 쌍두마차 실세로 등장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김 실장은 깔끔한 성품으로 행정능력을 갖췄지만 고령에다 구시대적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서 의원은 뛰어난 정치력의 소유자이지만 두 번이나 수감됐었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출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국민이 많았던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해 나가는 데 국무총리와 새누리당 지도부에게서 한계를 느꼈기 때문 아닐까 싶다. 김 실장과 서 의원에게 지워진 책무가 그만큼 무겁다는 얘기다.

실제로 강 대 강으로 대치하는 현 정국은 박 대통령이 국정을 펴나가는 데 크나큰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특검 수사를 요구하며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국회를 볼모로 삼을 경우 경제 및 민생법안 처리는 한없이 늦춰지고, 이는 국정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조기에 해결점을 찾지 못할 경우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사상 초유로 준예산을 짜야 할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정의당, 시민사회 인사들과 연대키로 한 것도 박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압박으로 느껴질 것이다. 거기다 민주노총은 전교조, 전공노와 더불어 사실상 반정부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60%에 육박한다지만 새 정부 출범 직후에 비하면 민심이 다소 싸늘해진 건 사실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법치와 원칙은 더없이 중요하다. 정국 주도권을 쥐려고 안간힘을 쓰는 야당과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에 휘둘리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기용한 것은 정치적 함의가 크다. 김 실장 등장 이후 비로소 여권의 기강이 바로섰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이후 정국이 더 꼬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공안정국이 조성됐다는 비판도 김 실장과 연관짓는 사람이 많다. ‘법질서’에 한계가 있다는 뜻 아닐까.

정치력과 친화력을 갖춘 서 의원이 나설 때다. 현재 아무런 직책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신임하는 7선 의원이란 타이틀로 뛰면 저절로 힘이 실릴 것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정무장관, 특임장관 역할을 하면 된다. 대통령과 야당, 대통령과 노동계 등을 물밑 중재해 국론을 한데 모으는 일을 자청해 보면 어떨까.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적 정쟁속에서는 아무래도 거중조정 능력이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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