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현] 내부신고자 보호해야 기사의 사진

공무원이나 ‘갑’ 지위의 기업이 부당한 뇌물을 받지 않고 실적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깨끗한 사회는 우리의 이상이다. 깨끗한 사회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으며 지도자의 깨어있는 의식과 끊임없는 자정 노력으로만 가능하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반부패 문제는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가 2009년 39위에서 2011년 43위, 2012년 45위로 추락한 것이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부패한 국가로 평가되니 부끄럽다.

정부는 2008년 부패방지법을,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제정해 공직자의 청렴 의무를 밝히는 한편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있다. 아울러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관계충돌법’, 즉 공무원의 부정을 엄벌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부패나 비리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양심과 정의를 지키고, 주변의 부패나 공익 침해를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공정·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결정적이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은 내부신고자보호법을 시행 중이고, 우리나라의 부패방지법이나 공직신고자보호법에도 신고자 보호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내부공익신고’는 ‘내부고발’이나 ‘양심선언’으로 불리는데 조직 구성원이 내부의 부정, 부패, 비리, 예산낭비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며, 특히 원자력이나 무기체계같이 고도의 은밀성과 전문성을 띤 분야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깊숙한 부패도 언제든 내부고발에 의해 드러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으로 조직의 윤리적 의사결정을 촉구하고 부패를 사전 방지하게 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내부신고자가 당하는 현실은 해고, 정직, 불리한 전보 및 인사평가, 따돌림은 물론 블랙리스트 등재, 본인이나 가족에 대한 물리적 위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게 되기도 한다.

최근 내부신고자 보호에 관해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단체장 소환투표 서명부 위조와 예산낭비 의혹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기했다는 이유로 소속 기관으로부터 파면당한 직원을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호조치 결정하자 해당 기관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해당 기관 입장을 지지했다. 판결의 핵심은 당시 신고한 직원이 내부 방침을 위반해 허위사실을 언론에 인터뷰한 것은 부패신고와 무관하게 징계 사유에 해당되며, 인터뷰 사실의 존재만으로도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추정원칙 적용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고자 보호의 핵심인 ‘불이익 추정’이다. 일반적으로 분쟁 과정에서는 피해 당사자가 증거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으나 조직 내에서 신고자에 가해지는 공식·비공식적 불이익이나 차별에 대한 증거를 쉽게 확보할 수 없으므로 오히려 불이익을 가한 행정기관이나 조직이 신고와 관련한 불이익이 아님을 입증토록 하는 원리다. 미국의 1989년 연방공직신고자보호법에서도 신고가 없었더라도 그와 동일한 인사조치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에 의한 입증 책임을 신고자의 소속 기관이 지도록 해 신고자를 철저히 보호한다.

불이익 처분이 신고 행위와 전혀 관련 없고, 신고 행위로부터 유발되지 아니하였음을 소속 기관이 입증해야 한다. 신고자를 징계한 표면적 이유가 신고자의 언론 인터뷰 때문이라 하더라도 인터뷰 내용이 신고 내용과 관련 있다면 이는 신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은 신고자를 보호하는 불이익 추정 정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내부 공익신고는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우리 사회가 보다 깨끗해질 수 있도록 내부 공익신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또 반부패 기능을 맡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양심적인 내부신고자의 더욱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김현(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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