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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만 칼럼] 야당의 위기 기사의 사진

“정치공방으로는 야당이 불리하다. 공익추구, 사법부와 행정관료 견제에 힘써야”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한국정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 뭔가 달라질 것을 기대했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국민 대통합, 경제민주화, 복지국가에 대한 희망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 정책들은 앞으로도 개념 논쟁에 머물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한다. 새 정부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집권 1년 기간에 정책은 틀을 잡지 못했다. 앞으로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 기득권의 반발은 공고해진 상황이다.

실망스러운 것들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승자독식과 보수 우익화가 강화됨으로써 사회의 갈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보수의 힘에 의해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집권하면 탕평의 인사 기용과 중도적 정치역량을 발휘해 기반을 다져가는 것이 역대 보수정권의 일반적인 행보였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공안정국’이라는 오래 전의 용어가 다시 등장할 정도로 치우친 인사와 강경 우익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실상을 분명히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에도 미온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절로 의혹이 커지게 만든다.

이럴 때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야권의 행보다. 집권여당의 출발이 답답할 때 사람들은 야권의 신선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어 한다. 선거에 패배한 정당에서 솟아난 반성과 패기의 고고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권은 대선 패배의 아픔과 새로 태어나려는 몸부림을 보여준 것이 거의 없다. 야당이 한 일이라고는 정부기관의 대선개입 투쟁의 일환으로 시청 앞에 천막을 친 것이 유일한 정도일 것이다.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일어서는 각고의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 천막당사는 볼만한 그림이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범야권 연석회의’가 다시 등장했지만 일반의 관심이 모아지지 않는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적 대선개입 수사를 특검 정국으로 확산시키며 이를 내년 6월의 지방선거 정국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계산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 사람들은 알 만큼은 알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란으로 볼 때 지난 대선이 어떻게 치러졌는지 나올 만큼은 나온 상태다. 우리 사법부의 역량은 이것을 넘어서지 않는다. 지난 15일 검찰이 발표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관련 수사 결과를 보더라도 똑 부러지게 어느 한 쪽만 유리한 결과는 나오게 돼 있지 않다. ‘정상회담 회의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참여정부에서 폐기됐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는 것이 수사 결과의 골자다.

여야의 공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국가 정상의 대화를 낱낱이 까발리는 것도 모자라 검찰 수사까지 하는 정치권이라는 평가를 내린 지 오래다. 대선개입 의혹을 규명한다고 특검을 해본들 ‘대통령 선거를 마치고 1년 후에 특검까지 하는 나라’라는 불명예 외에는 특별히 얻을 것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야당이 여당을 도와줘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의 핵심적인 대선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정권 초반기에 야당이 여당을 자극하면 서로 불행하게 될 것이다. 그 불행의 화는 오히려 야당에게 더 많이 미치게 될 것이다. 유권자 인구 분포가 그렇게 돼 있다. 싸움을 하면 할수록 여권이 유리하게 돼 있다. 그래서 야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정부가 잘 해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높이는 과거와는 다르다. 야당이 극한투쟁을 펼쳐 얻을 수 있는 유력한 결과는 ‘야당 지지자의 이탈’일 것이다.

공익을 추구하는 열정과 신뢰도가 집권당보다 우위라는 것, 사법부가 독립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고 제대로 감시하는 것, 행정관료들이 집단적 헤게모니가 아니라 민생을 위해 일하도록 견제하는 것. 이것이 야당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일에 시간을 아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치싸움이나 계속한다면 야당의 위기는 점점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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