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조성돈] 한국교회의 사회적 역할 기사의 사진

교회에서 특강을 하게 됐다. 주일 오후 성도들을 대상으로 시민사회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는 것이 좀 생소했다.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자 교인들은 진지했다. 한 시간의 강의가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한 시간 반을 넘겼다. 이러한 반응에 꽤 놀랐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담임목사와의 대화였다. 그 목사는 강의를 들으며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검증을 해 달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는 시민단체를 교회에 초청해 소개하게 하고, 성도들이 그 단체에 가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책정해 놓은 선교헌금에서 성도들이 가입한 비율대로 재정 지원도 하겠다고 했다. 너무나도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역시 현장을 가지고 있는 담임목회자이기에 가능한 대단한 생각이었다.

시민사회·교회는 밀접한 관계

몇 주 지나고 그 목사가 전화를 걸었다. 기독 NGO들은 교회에서 소개를 했고, 일반 NGO를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존경하는 선생께서 회장을 맡고 있는 환경단체를 소개했다. 행사가 지난 후 선생께서는 흥분한 목소리로 후기를 전했다. 단체 간사가 교회에서 소개하고 실제로 회원 가입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간사는 교회가 이렇게 훌륭한 단체였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한국에서는 NGO들이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를 경험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를 갔더니 200여명의 시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진해 단체에 가입을 한 것이다. 또 교회에서 재정 지원까지 해 준다니 이런 경우를 그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다.

교회와 시민단체는 그렇게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이 들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시민사회는 깨어 있는 개인들, 즉 시민들을 필요로 한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시민들은 종교단체를 통해서 많이 배출됐다. 특히 개신교는 그러한 면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개신교가 다수를 이뤘던 서구의 나라들을 보면 확실히 이러한 면이 있다. 그것은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교리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만인제사장설’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믿는 이들은 하나님께 스스로가 제사장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들은 사제에 귀속된 자들도 아니고 누구의 중보가 필요한 자들도 아니다. 스스로가 하나님께 나아가며 자신의 간구를 직접 하나님께 드릴 수 있다. 이러한 정신이 사회로 나올 때 그것은 앞에서 언급한 깨어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교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사회적 전통이 현재 한국교회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는 어쩌면 시민단체들을 정치단체로 오해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살펴보면 교회와 교인들의 후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는 단체들이 있다. 그들이 성장하면 분명 이 사회가 발전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들이다.

교인도 시민운동에 적극 나서야

요즘 교회들은 내년도 사역을 계획하고, 예산을 세우고 있다. 주변에 이런 단체들을 발굴해 동역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먼저 다달이 후원금을 지원하고, 의미가 있다면 교인들에게 소개해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하며, 동역의 의미가 있다면 교회와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것이다.

아마 각 교회들이 외국의 선교사들이나 국내의 미자립교회를 돕는 마음으로 이런 단체들을 하나씩 후원하고 입양한다면 대한민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이 한국교회를 남이 아니라 우리로 인식할 수 있는 귀한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바로 그러한 일이 이곳에서 하나님 나라를 향해 가는 거룩한 한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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