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훈] 노조 내셔널센터의 존재이유 기사의 사진

노동계가 동투(冬鬪)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불을 지핀 장본인은 14년이나 합법노조의 지위를 누려온 전교조에 ‘법상 노조 아님’을 통보한 정부다. 양대 노총은 각기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 대정부 투쟁에 포문을 열었다.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노·정 간 대치 국면은 당분간 가파르게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자꾸만 드는 의문은 도대체 노조의 내셔널센터(전국중앙조직)란 왜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은 2011년 현재 9.9%로 1990년 17.2%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으며, 노조조직 세력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양분돼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조직구조 또한 고착화돼 있으며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거의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의 내셔널센터에 과연 어떠한 역할과 기능이 요구되는가. 소수의 조직화된 세력의 기득권과 국지적인 이해를 옹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기능인가.

유감스럽게도 2011년 현재 한국노총의 조합원 수는 76만9000명, 민주노총은 56만2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각기 4.2%, 3.2%에 불과하다. 양대 노총 모두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조 내셔널센터로서 대표성을 갖기에는 너무나 낮은 조직률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모든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적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규정하고 ‘가맹산하조직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모두 불태워버리고 박근혜 정권과의 일전을 결의’할 것을 다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과연 이렇게 전체 노동자의 이름을 앞세워 정권과의 일전을 전개할 만한 자격이나 조직 역량을 갖추고나 있는 것일까. 당장에는 힘들고 요원한 일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양대 노총은 먼저 분열된 ‘노동전선의 통일’을 이뤄내고 비정규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조직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노조 내셔널센터는 대표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념적 정체성의 문제 또한 안고 있다. 노동조합은 노조법상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지 정치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아니다. 노조는 특정 정당과 노동자 대중을 연결하는 ‘전도 벨트’도 아니며 체제를 둘러엎기 위한 이념과 사상을 주입하는 ‘학교’는 더더구나 아니다. 따라서 정당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특정 정당에 의한 지배·개입을 배제해 노조 내셔널센터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노조 내셔널센터의 위원장이 조직을 걸고 특정 정당에 올인하는 정치 실험도 두 번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나아가 이념적 정체성의 확립에 있어서 노조 내셔널센터는 모든 것을 시장 논리로 해결하려 드는 ‘시장원리주의’와는 물론 일선을 그어야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이데올로기와도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양대 노총은 모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최대의 현안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법을 만들거나 손본다고 해서 양질의 일자리가 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고용이 성장의 파생 수요임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양대 노총이 비정규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내셔널센터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면 대정부 압박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전경련이나 경총 등 사용자 단체를 먼저 사회적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들여야 한다. 그래서 노사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과 산업 및 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 그 가운데 어떻게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전체 노동자의 입장에서 해법을 찾아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김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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