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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46) 전화번호부

[디자인의 발견] (46) 전화번호부 기사의 사진

디자인 프로젝트 중에서 전화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앱,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예전에는 인간공학을 들먹이면서 손으로 잡기 편한 수화기 형태라든가 버튼의 크기와 간격을 집요하게 따졌다. 또 전화번호를 수록한 책도 중요한 도전이었다.

한때 한국통신에서만 한 해에 1000만부까지 제작했으니 책으로 따지자면 그만큼 많이 보급된 예도 드물 것이다. 가능한 작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으면서도 가독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 디자인 요건이었다. 게다가 아주 작은 크기의 글씨를 거친 종이에 인쇄할 경우, 곡선과 직선이 만나는 부분에서 잉크가 뭉개지는 현상을 막고 선명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 때문에 특별한 글꼴이 요구되기도 하는데 미국 전화번호부를 위해 디자인된 ‘벨 센테니얼’이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전화번호부는 말할 것도 없고 백과사전까지 차례차례 온라인 쪽으로 중심을 옮겨가고 있으니 이러한 섬세한 디자인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다. 페이지를 넘기고 손으로 짚어가면서 정보를 검색하는 방식은 원하는 정보를 검색창 하나에서 불러내는 것에 비하면 비효율적이지만 책의 두꺼움과 빽빽한 글자들로 정보의 양을 직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았던 경험으로 남아 있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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