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원 끊겨 개최 여부 불투명했는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문회가 살렸다 기사의 사진

“오디션 프로그램은 퍼포먼스나 음악이 아닌 스토리를 부각시키지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여전히 콩쿠르 형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죠. 동문들이 직접 대회를 준비하는 것도 세계 최초 아닐까요.”(가수 이한철·5회)

1987년 11월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유재하의 뜻을 기린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이하 유재하 경연대회)’가 24일 오후 5시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에서 열렸다. 유재하는 87년 8월 1집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한지 3개월 만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9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됐지만 그의 못다 이룬 꿈을 기리기 위해 89년부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열렸다. 조규찬, 유희열, 이한철, 정지찬, 김연우, 스윗소로우 등 이 대회를 통해 가요계에 발을 디딘 뮤지션들도 많다.

이번 대회는 대회 출신 음악인들의 모임 ‘유재하 동문회’가 나서 의미가 더 컸다. 재정 지원이 끊겨 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동문회가 발 벗고 나서 행사 진행부터 홍보까지 해냈다.

동문회장 이한철은 “대회가 없어지는 게 서운해 모두 뜻을 모아 3개월간 준비한 무대”라면서 “후배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된다”고 들뜬 표정을 지었다.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황종률(6회)씨도 “유재하 경연대회는 뮤지션의 색깔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대회”라면서 “음악을 하는 동문이나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동문이나 음악에서 연을 끊지는 못하더라. 동문들이 모두 모이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가수 오지은(17회)은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본선에 올라왔다는 것만으로 동문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며 “물론 동상이 가장 잘 나간다는 속설도 있다”며 웃었다.

이날 본선 무대엔 지난 9월부터 1, 2차 예선을 거친 10팀이 올랐다. 올해엔 2차 예선부터 녹음한 음원으로 평가하지 않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실제 연주를 하고 점수를 매기는 까다로운 평가기준을 적용했다. 대회 중엔 동문들의 축하공연도 이어졌고 90여명의 동문들이 한 무대에 올라 유재하의 노래 ‘내 마음의 비친 내 모습’을 부르기도 했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지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24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수 정지찬(8회)은 “다른 프로그램이 어떻게 부르는지 기술에 대한 부분, 퍼포먼스에 집중한다면 유재하 경연대회는 ‘무엇을 노래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음정이 불안해도 어떤 주제 의식을 갖고 곡을 썼고 가사는 어떤지, 멜로디는 어떤지 등이 평가 받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유재하의 사촌인 장준영 KT 뮤직 전무도 “메이저 음악시장과는 다른 고집과 장인정신이 있는 자리여서 한국 음악 시장에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1회 동문인 64년생부터 올해 출연한 94년생까지 30년의 차이를 넘어 ‘유재하’란 이름으로 모인 이들에게 이번 경연대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 같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재하’라는 울타리가 있어 든든합니다.”(가수 심현보·4회)

글·사진=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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