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제성호] 유엔결의안과 북한인권법 기사의 사진

지난 19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탈북자의 강제북송 금지와 정치범 수용소에 강제 구금된 주민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총회 제3위원회는 2005년 이후 매년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해 온 만큼 금년 결의안은 9번째가 된다.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은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주도하고 한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50개국 이상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무엇보다도 대북 인권 결의안에 있어 절차적 특징은 총회에서 투표 없이 회원국의 총의(總意)를 이끌어내는 컨센서스 방식에 의해 채택됐다는 점이다. 이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데, 유엔이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북한은 ‘불참’이란 행보를 통해 유엔 결의안을 ‘외면’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내용적으로는 작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의 비협조로 인해 북한 인권 상황이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고문과 불법 구금이 계속되고 있으며, 양심과 표현의 자유 등이 제한되고 있고 ‘법치주의’가 존재하지 않아 공개처형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좌제, 여성·어린이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9월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시킨 사실을 의식한 듯 결의안은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희망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나아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설치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의 방북(訪北)조사 활동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각국 정부가 ‘연례행사 반복’에 만족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불신이나, “북한이라는 무지막지한 나라에게서 뭘 기대할 게 있겠는가”라는 냉소주의도 존재한다. 패배주의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최대의 적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북한 인권문제는 역사적 뿌리가 깊고 체제와 관련이 있어 단시일 내에 소기의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된 목소리와 행동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또 한국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국제기구, 각국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단체(NGO), 기업, 종교단체, 피해자 등 이해관계그룹들 간에 긴밀한 연대와 국제협력이 긴요하다.

일각에서는 지금 북한과 대화·교류·협력·지원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며,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집착해 인류보편의 가치인 인권문제에 소홀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균형 잡힌 대북 접근이 아니다. 또 그간 북한과의 경험에 비춰 인권 증진을 위해 대화·교류 등 부드러운(soft) 방법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문제 제기, 설득, 압박, 국제공조 등 딱딱한(hard)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

젊은 지도자의 등극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시대 북한 주민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고 인권 실태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총회 결의안과 북한인권 COI의 활동은 북한인권운동의 강력한 모멘텀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 유감스럽다. 19대 국회에서 7건의 북한인권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아직까지도 논쟁만 하고 있을 뿐 가시적인 입법 추진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북한 주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해 조속히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것이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서 그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대한민국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부응하는 길일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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