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여상태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 희망센터 전직지원본부장 기사의 사진
“올 40~60대 1만여명 재취업·창업 성사 숫자보다 중요한 건 맞춤형 일자리”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 속하는 300만여명이 재작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했다. 재취업이나 노후소득의 준비가 안 된 베이비부머가 쏟아져 나오는 데다 최근에는 대기업들까지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대열에 속속 가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의 은퇴 이후 가계소득 감소가 이어지면서 내수기반을 악화시킬 우려가 커졌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 희망센터는 급증하는 중장년 구직자들에게 경력도 살리고 생활임금 이상을 버는 일자리를 찾아주거나 기업에 그런 일자리를 창출해 내도록 도와주고 있다. 희망센터의 여상태 전직지원본부장(51)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빈곤, 자살, 범죄 등 사회불안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중장년 퇴직자의 전직 지원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재취업자 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자리의 지속성을 위해 구직자의 욕구나 직업 흥미에 부합되는 일자리의 매칭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희망센터 내 전문상담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대로 노사발전재단 사무실에서 여 본부장을 만났다.

만난 사람=임항 논설위원

2009년 굴지의 대기업 연구직에서 퇴직한 김진홍(51)씨는 창업에 잇따라 실패했다. 좌절 끝에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 희망센터에 채용정보를 수소문했다. 희망센터의 황영희 수석 컨설턴트(전문상담사)는 김씨와 상담을 한 후 평소에 구인 개척활동을 통해 눈여겨 보아둔 중소기업 이노시뮬레이션을 떠올렸다. 급성장하는 시뮬레이터 전문 벤처기업인 이노시뮬레이션은 젊은이들로만 구성돼 있어 의사결정 과정에 경험이 풍부한 중장년 인력의 가이드와 충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노시뮬레이션은 김씨와의 면접을 거쳐 그가 대기업 각 부문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점을 높이 사서 선배로서의 역할과 조언을 기대하며 그를 채용키로 결정했다.

여상태 본부장은 중장년일자리 희망센터가 여타 직업알선 공공서비스나 직업소개소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이렇듯 적극적인 ‘타깃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채용정보를 수동적으로 찾아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회사를 찾아 그 회사의 모든 것을 파악한 다음 적합한 일자리, 심지어 잠재적 일자리를 보고 직접 찾아가 자신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먼저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의 탄생 배경과 주요 기능은.

“노사정위원회가 2004년 2월 체결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따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05년 11월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를 설립했다. 퇴직 근로자의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정부는 예산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2006년 후속조치로 설립된 노사발전재단이 2011년 4월 재취업지원센터를 통합했고, 2013년 1월부터는 ‘중장년일자리 희망센터’로 개칭해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전직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컨설턴트들은 구직자의 경력과 성향을 검토해 적합한 일자리를 알선해 주거나 창업을 권한다. 상담을 통해 구직자의 심리적 억압요인을 해소해 주고, 자신감과 도전 의식을 높여주겠다는 목표로 운영된다.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3개월 단위로 진행되며 모두 무료다. 또한 기업들을 위해서도 현장 중심의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자뿐만 아니라 기업 매각,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퇴직 예정자들에게 미리 퇴직 후를 대비하도록 기업 단위 서비스를 하는 곳은 전국에 우리가 유일하다.”

-올해 1월부터 서비스 대상자를 40세 이상으로 한정한 까닭은.

“앞으로 10년간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15만명 이상 퇴직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들 대다수가 퇴직 후에도 경제활동 참여를 희망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재취업에 필요한 준비가 미흡하다. 자율적인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거의 없고, 있어도 매우 부실한 실정이다. 조기 퇴직한 장년층은 국민연금을 받는 연령에 이를 때까지 심각한 ‘연금 보리고개’를 겪는다. 또한 노하우 없이 섣불리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 빈곤층 전락, 보험 사기와 자살, 가족 해체 등의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재취업·전직 및 창업 지원 등 다음 일자리로의 원활한 이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게 시급하다.”

-희망센터 특유의 전직지원 서비스를 종류별로 설명해 달라.

“먼저 개인 차원에서 구직자가 전직지원 서비스를 신청하면 1대 1 전담 컨설턴트를 배정한다. 퇴직으로 입은 충격을 치유하는 심리상담, 자신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다양한 진단도구를 활용한다. 경력목표 설정, 구직서류 작성, 모의면접까지 도와주는 종합적인 서비스다.

기업단위 서비스는 동일 기업에서 5명 이상의 퇴직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의 구직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설계해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에 앞서 해당 기업의 인사담당자, 근로자들과 사전 협의를 거친다. 대상자는 40세 이하도 포함한다. 사람을 구하는 기업을 위해 희망센터에 등록된 구직자를 선별해 매칭하는 구인 서비스도 한다. 희망센터에서만 하는 서비스로 구인개척단과 현장방문단이 있다. 구인개척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역 산업단지 등을 컨설턴트가 직접 방문해 구인 수요를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현장방문단은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별로 구직자 그룹을 형성해 컨설턴트와 함께 버스를 타고 기업체를 방문, 근로 환경을 직접 체험하고 동행면접까지 주선한다.”

-전직지원 서비스 가운데 ‘1대 1 재취업 컨설팅’이 눈길을 끈다. 컨설팅 기법과 특징은.

“총 5단계로 상담 프로세스가 체계화돼 있다. 계획수립 단계에서는 다양한 진단을 통한 자기 탐색, 2단계는 자신의 강점과 역량 점검을 통한 자기이해, 3단계는 전직목표 설정, 4단계는 전직에 필요한 기술함양, 5단계는 취업 후의 적응과정 리뷰 등이다.” (여기에서 홍제희 서울센터 소장과 임희정 책임 컨설턴트가 상담서비스 경험을 소개한다.) “1단계 계획수립에서는 ‘회복 탄력성’이라고 부르는 자신감 되찾기가 중요하다. MBTI(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를 통한 자기탐색과 더불어 감성 글쓰기를 통해 실직의 충격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 일기를 쓰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한 전직 지원자는 감사 일기 쓰기를 통해 사이가 안 좋았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계획수립과 자기이해 단계를 거치면서 3개월의 상담을 마친 한 실직자는 ‘집에서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얘기를 여기에서는 거리낌 없이 토로할 수 있어서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전직스쿨의 교육과정과 수강생 반응, 그리고 취업실적이 궁금하다.

“전직스쿨은 비슷한 직업경로를 거친 구직자를 20여명씩 묶어 총 40시간 동안 취업을 위한 집중적 교육 및 취업에 대한 실습을 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과정이다. 오리엔테이션, 퇴직 후 변화 관리를 위한 숨고르기, 자기진단과 강점분석을 위한 출발선 서기, 재취업 전략을 수립하는 도움닫기, 취업능력 향상과정인 발구르기, 취업동아리 활동과 실습활동을 하는 도약하기, 그리고 착지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핵심은 도약하기로 이력서 작성, 모의 면접, 채용박람회 참가 등을 컨설턴트와 함께 진행한다. 전직스쿨 2기는 서울시청이 주관하는 취업박람회에 참석했다가 2명이 그 자리에서 채용되기도 했다. 현재 전직 스쿨 4기까지 진행했으며, 1∼3기는 교육수료자 17∼19명 가운데 절반 안팎이 취업에 성공했다. 강의는 희망센터 소속 컨설턴트와 외부 강사들이 나누어 맡는다.”

-최근 상당수 기업이 매각이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 대한 기업단위 퇴직(예정)자 전직지원 서비스의 의의와 대표적 사례들은.

“기업단위 전직지원 서비스는 조기퇴직이 예정돼 있는 경우 퇴직 대상자들이 질서 있게 체계적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목표다. 최소 5명 이상의 명예퇴직자나 비자발적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과 사전에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퇴직 3개월 전부터 대상자들에게 자산, 건강, 친구관계 및 직업의 설계에 관한 판단근거를 제공한다. 1단계로 3∼7일간의 숙박을 겸한 집체교육을 통해 퇴직 전과 후의 삶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다음 2단계에서는 제2의 인생을 위한 과제를 이해하기 위한 소그룹 활동과 강의를 병행한다. 마지막 심화과정에서는 개별 상담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게 된다. 희망센터는 올해 현대중공업, ㈜SKC 수원사업장, 한국전력, 삼성금융 경력개발센터에서 이관 받은 ‘삼성 금융계열’ 부장급 이상 퇴직자 등 모두 100여개 기업 을 대상으로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출범 후 지금까지 전직지원 실적과 전직희망자 가운데 재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몇 건인가. 연령대별 재취업 성공비율은,

“2006년 노사공동 재취업센터가 문을 연 이래 지난해 말까지 8만500명의 퇴직(예정)자에게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 그중 3만4200명이 재취업 또는 창업에 성공했다. 올 들어 중장년일자리 희망센터가 개소한 이래 11월 21일까지 총 4만1150명의 구직풀을 구성,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그 가운데 1만1655명이 재취업 또는 창업했다. 연령별 재취업자 수를 보면 50대가 4833명, 40대가 3821명, 60대가 2784명으로 50대의 재취업이 가장 활발하다.”

-기업은 보통 불황이 닥칠 때 구조조정 요인이 생길 것을 감안해 필요한 인력보다 더 적게 고용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잠재적 구인 수요를 개발하는 구인개척단과 현장방문단의 활동실적은.

“올해 기업 구인개척단을 운영하면서 약 1720차례 기업을 방문하고 660개 기업에 대해 구인수요 및 현장의 잠재인력수요를 파악했다. 그중 40여개 기업에 대해 현장방문단을 파견해 약 450명의 구직자에 대한 동행면접을 실시했다. 보통 10여명으로 구성되는 현장방문을 통해 구직자는 눈높이를 조절하고 현장 감각을 익힐 수 있어서 장차 적합한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이를 중점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전국에 25개의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를 경제단체와 노사발전재단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이 전국에 운영하는 8개 센터와 경제단체들이 운영하는 17개 센터 간에 서비스의 내용과 질에 차이가 있나. 또한 지방고용노동청 산하 고용센터가 하는 구직 지원업무와 중복되는 기능은 없나.

“노사발전재단 산하 희망센터는 전문 컨설턴트 등 인적 자원과 운영 노하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반면 경제단체가 운영하는 희망센터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 구직자에 대한 단순 취업알선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재단 전주센터의 컨설턴트 2명을 목포상공회의소 희망센터에 파견 보내는 등 상호 간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용센터는 퇴직자에 대한 종합적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기관이지만, 인력이 부족해 실업급여 지급과 구직활동 인정 여부에 행정력이 소진되는 실정이다. 희망센터는 고용센터가 하지 못하는 퇴직예정자와 기업에 대한 전직지원서비스, 심층적인 재취업 상담 등을 제공한다. 희망센터는 공공 서비스로 제공돼야 할 고용안정서비스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여상태 본부장은

1962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1992년 한국노동교육원(현 노동행정연수원)에 입사해 노사관계 교육팀장과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2006년 국무총리실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 전문위원을 맡는 등 4년여 동안 정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2007년 노사발전재단으로 이적해 노사공동훈련사업 등을 주관했고,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현재 전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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