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박창신 원로신부의 시국미사로 정부와 천주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이하 정평위)는 다음달 11일 시국미사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따라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정평위 회의는 올 들어 세 번째 맞는 사회교리주간(12월 8∼14일)에 열리는 데다 주제 역시 ‘한국천주교회와 한반도 평화’다. 정평위는 정의구현사제단과 비슷한 인적 구성에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해 왔다. 정평위는 지난 15일에도 “국가권력이 법률과 사회적 합의를 정한 한계를 넘어선다면 그 권력은 불법이며 시민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2일 박 신부의 시국미사와 같은 맥락이다.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미사를 열어온 일부 지역 교구에서는 대통령 사퇴를 촉구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산교구 정평위 관계자는 “다음달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 정평위 회의에서 사퇴 촉구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사제들이 만든 임의 단체지만 정평위는 교구의 공식 기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천주교 최고 의결기구인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부 신부는 26일 “주교회의는 전주교구의 미사와 관련해 입장 표명이나 주교회의 소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사제의 직접적인 정치개입의 문제점을 지적한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의 강론이 이미 다른 교구에도 가이드라인이 됐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공동대표 이계성·김찬수)은 박 신부의 시국미사 논란과 관련해 일부 사제단을 교황청에 고발하는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천주교 내 진보 및 보수 세력의 갈등도 증폭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의 전준형 사무국장은 박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와 관련, “소식은 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종북몰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철훈 전문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